▲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홈플러스 매각이 임박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8월24일이 입찰 마감이다. 입찰에 응모한 곳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칼라일 등 국제적 투기펀드 네 곳이다.

홈플러스 소유주인 영국 테스코(TESCO)가 워낙 현금이 다급해 웬만한 사건이 없는 한 매각이 일사천리로 이뤄질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예상한다. 테스코는 2년 전 대규모 분식회계가 적발돼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 있는 상태다. 홈플러스는 이미 지난해 부동산 일부를 매각해 본사로 5천억원 가까이 보냈다.

현재 입찰에 참여한 초국적 사모펀드들은 홈플러스를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조조정 후 매매 차익을 남기기 위해 인수하는 것이다. 최소 5조원, 최대 7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홈플러스 매각은 규모도 규모지만 홈플러스가 가지는 산업적 지위로 인해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게 국민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매각 전후 구조조정은 도소매업 전반의 고용과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들은 2012년부터 4년 가까이 매출이 줄고 있으며, 과잉경쟁과 중복투자로 직·간접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가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점포를 포함한 자산들을 쪼개 매각하기 시작하면, 도소매업 전반으로 구조조정이 빠르게 퍼질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는 4만명의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를 포함해 약 11만명의 노동자가 고용돼 있다.

더 심각한 건 대형마트 구조조정은 직·간접적으로 도소매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마트 점포에 입점해 있는 영세 상인들과 주변 상권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도소매업 전체 노동자 수는 2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노조 조직률은 고작 4%에 불과하다. 저항할 수 있는 조직된 노동자가 적으니 홈플러스발 구조조정은 거침없이 과감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초국적 사모펀드의 홈플러스에 대한 약탈적 구조조정과 매각은 다른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매각 정책에도 크게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향후 몇 년간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매각이 예상된다. 올해 대규모 해고와 공장폐쇄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하이디스를 봐도 그렇고 한국지엠·르노삼성 등의 외투 자동차회사들도 매우 불안한 상태다.

한국지엠은 공장 절반을 차지하는 중형차 생산설비 가동률이 매우 낮은 가운데 지엠의 글로벌 생산재배치 전략으로 인해 당분간 생산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부평2공장이나 군산공장의 경우 높은 수준의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수년간 자체 신차 없이 일본 닛산차를 위탁생산하는 방식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엔화변동이나 닛산의 생산전략에 따라 순식간에 생산물량이 사라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태다. 두 회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낫지만 얼마 전 출시한 소형 SUV 외에 별다른 신차 계획이 없는 쌍용자동차도 언제든지 자본철수 사태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

가장 큰 자산 규모의 외투기업인 홈플러스가 고용과 국내산업 생태계를 무시하고 구조조정과 매각을 마구잡이로 해 버린다면, 다른 외투 기업들 역시 마음 놓고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먹튀’ 작태를 벌일 수 있다. 참고로 한국의 외투기업 종사자는 20만명이 넘는다. 외투기업에 종속된 하청기업과 간접고용 노동자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리해 보자. 단군 이래 한국에서 가장 큰 액수의 기업 매각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홈플러스 매각은 11만명의 대형마트 산업 노동자와 20만명의 외투기업 노동자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200만 명에 달하는 도소매업 노동자와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외투기업 관계 국내회사 종사자들에게 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경제의 하강, 일본과 유럽 경제의 끝없는 침체 등 세계경제가 좋지 않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강조했듯이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내수가 살지 않으면 한국경제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리고 내수의 핵심은 당연히 고용이다. 이런 점에서 사모펀드의 막무가내 식 구조조정과 매각이 가지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정부와 시민사회가 홈플러스 매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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