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호리피해(好利避害). 중국 전국 말기의 사상가인 한비자는 사람을 ‘호리피해’로 규정했다. 사람이 이익은 좋아하고 손해는 싫어한다는 의미다. 즉 사람은 호리피해하는 존재이니 더 잘해 줄 필요도 없고, 오로지 상을 주면 더 잘하고, 벌을 주면 무서워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호리피해의 관점으로는 사회나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인간의 본성은 단순히 이익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행동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리피해의 인간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들은 호리피해의 관점에서 노동자들을 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성과급제인데, 사용자들은 임금이라는 이익만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급제 중 대표적인 것이 택시운전 노동자들의 도급제 임금이다. 도급제 임금은 택시운전 노동자가 하루 동안 벌어들인 총 운송수입금에서 사납금을 회사에 납입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을 택시운전 노동자에게 귀속하되, 별도의 기본급은 지급하지 않는 형태다.

택시운송사업자들이 호리피해의 관점에서 택시운전 노동자들에게 기본급조차 지급하지 않고 임금이라는 이익만으로 근로를 유도하기 위해 임금의 100%를 성과금으로만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대중교통 체계 발달과 자가용 차량 증가 등으로 2000년대부터 택시수송인원이 감소하면서 도급제 택시운전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도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한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도급제 택시운전 노동자들의 무리한 운행이 증가하고 이는 사고 증가로 이어져 안전과 운송질서를 저해하는 사회적 폐해를 야기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입법적 조치로 2007년 12월27일 택시운송사업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다는 취지의 최저임금법 제6조5항이 신설됐다. 택시운송사업자는 택시운전 노동자에게 운송수입금을 제외한 임금만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택시운송사업자들은 호리피해 관점에서 택시운전 노동자들에게 도급제 방식으로 임금을 계속 지급했다. 이에 대해 택시운전 노동자들은 택시운송사업자들을 상대로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수입금은 최저임금법 제6조에 따라 최저임금 산정 범위 임금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광주지법은 “원고들이 임금으로 유일하게 지급받은 기준운송수입금 초과금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으로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0원”이라고 판단하고, 택시운전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광주지법 2013가합51393). 택시운송사업자는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1심과 동일하게 판단했다(광주고법 2014나11238).

이 같은 판결에 따라 택시운송사업자들이 도급제하에서 별도로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도급제 임금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택시운송사업자들이 여전히 호리피해의 관점에서 도급제 대신에 사납금제(사납금을 초과한 운송수입은 택시운전 노동자에게 귀속시키고,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라는 성과급 제도로 택시운전 노동자들을 대하는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호리피해의 결말은 부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진시황이 한비자의 호리피해 사상을 바탕으로 제국을 건설했으나 이 제국은 후손에서 바로 무너지고 다시 전란에 휩싸이게 됐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사람의 본성에 비춰 보면, 이제는 호리피해의 관점을 내려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 노동 문제를 호리피해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노동권에 대한 논의 이전에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해 갈등만 증폭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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