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세월호 참사 이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다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침몰한 채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진실이 침몰하는 것은 제국주의 단계 자본주의와 그에 종속된 한국 자본주의의 주요한 특징이다. 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그리고 참말을 못하게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 쇠퇴기의 모습이다.

일본 제국주의 노예 사슬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됐지만 그에 관한 진실은 아직도 침몰된 채로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지배세력은 일본에게 사죄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한, 지금 행하고 있는 거짓말을 시인하고 사죄해야 한다.

8월5일자 <조선일보>는 광복 70주년 특집으로 '미·영·중 닷새 기싸움 끝에 … 카이로서 한국 독립 첫 명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 소제목으로 “식민 지배 계속 원했던 영/ 중과 ‘독립’ 조항 놓고 대립/ 미 중재로 천신만고 끝에 ‘적절한 절차로 독립’ 결의/ 김구 당시 임시정부 주석 3천만 동포 대표해 감사”라고 적었다.

그러나 카이로선언에서 “조선이 적절한 시기에(in due course) 자유롭고 독립적이 될 것을 결의한다”는 처칠의 수정안이 채택되면서 갈등이 잦아들었다는 이 신문의 기사는 진실을 심하게 왜곡하고 있다. 카이로선언 당사국들은 모두 일본 제국주의를 패망시킨 다음 그것을 해체시킨다는 것과 그 해체의 일환으로 조선을 일본 영토에서 분리시킨다는 것을 약속하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들은 조선을 독립국가로 만들기로 한 것이 아니라 40여년에 걸쳐 신탁통치를 하기로 밀약했다. 이들은 밀약을 가지고 테헤란에 가서 소련 스탈린의 동의를 구했고, 스탈린의 수동적 동의(“조선은 마땅히 독립해야 한다”)하에 마치 조선을 즉시 자주독립시킬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밀약 사실이 미국 언론에 누설됐고, 상해임정은 카이로선언에 항의했다. 이에 앞서 1943년 3월 워싱턴에서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영국 외상 이든과 만난 자리에서 조선을 신탁통치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었고, 이에 대해 상해임정 조소앙 외교부장은 그해 5월 루스벨트에게 항의공문을 보낸 일도 있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카이로선언이 조선을 자유롭고 독립적인 나라로 만들겠다는 국제적 약속과 선언이 되는가. 일본 식민통치를 대신해 반세기에 걸쳐 미 제국주의 주도하에 신탁통치를 하겠다는 것이 어찌하여 조선에 대한 자주독립 약속이 되는가. 실제로 카이로선언 당시 상해임정은 “한국은 완전 독립해야 하며 미국의 어떠한 간섭도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해 연합국 수뇌들에게 타전했다. 또 카이로선언 이후 축하모임을 취소했고, 김구 주석은 카이로선언의 ‘적당한 절차’라는 표현에 반대하며, 일제가 패망하면 즉시 독립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실이 이런데도 <조선일보>는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을 업어 주고, 오바마 미 대통령 방한 당시 어록과 리퍼트 주한 미 대사의 발언을 복창하면서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고 외쳤다. 그리고 미국을 방문해서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we go together"라는 글자가 적힌 수정구를 선물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주장하고,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초대 미8군 사령관을 지낸 워커 장군 묘소 등에서 두 번이나 엎드려 큰절을 했다. 위 기사는 수구 지배세력의 이런 졸렬한 행위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미국이 우리의 자유와 독립에 은인이라는 거짓을 뒷받침하기 위한 거짓이다.

그 밖에도 거짓은 많다. 한 예로 우리에게 1945년 8월의 해방은 예속과 더불어 분단으로 다가왔으며, 지배세력은 그 연원을 미국과 소련이 얄타에서 조선 분할을 밀약해서 38선을 그은 데에서 찾았다. 그러나 얄타에서 루스벨트와 스탈린이 38도선을 경계로 조선을 분할하기로 밀약했다는 이승만의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38선은 1945년 8월9일 소련군대의 대일전 참전 이후 예상외로 빠른 만주 및 한반도 진출에 대해 이를 제한하고자 미국이 일방적으로 획정하고 통고한 것이다.

1945년 12월 <동아일보>는 모스크바 삼상회의에서 미국은 즉시독립을 주장하고 소련은 신탁통치를 주장했다고 보도해 반탁투쟁을 촉발했다. 이 보도는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침몰된 진실은 이 밖에도 매우 많다. 최근 <암살>이라는 독립군 영화가 인기리에 상연되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 상해임정에서 수행한 무력투쟁의 중심은 김구 주석을 수령으로 하는 한국독립당 계열보다 김원봉 장군을 수령으로 하는 조선민족혁명당 계열이다. 이것은 상식과 다르다.

우리 민족의 항일무력투쟁의 중심무대는 중국 관내가 아니라 만주였다. 만주 무력투쟁의 주력은 상해임정 계열의 광복군이었는가, 아니면 사회주의 계열의 조·중 항일연합군이었는가. 국내에서 일제에 투항해 친일파로 되지 않고 끝까지 항일투쟁을 수행한 세력은 누구였는가. 특히 일제 강점기 동안 이승만은 미국에서 도대체 어떤 친일과 분열 행위를 했는가.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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