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2.22 토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한지원의 금융과 노동
청년 일자리, 노동자가 단결한 만큼 생겨난다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국의 청년(15~29세) 고용률은 4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0%포인트 낮다. 공식 청년 실업률은 10%, 사실상 실업자까지 포괄한 실업률은 16~20%가량 된다. 청년실업 문제로 십수년 동안 골치를 앓아 온 선진국 웬만한 나라들보다 이제 한국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이름도 거창해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이다. 공공부문 4만개, 민간 16만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건데 대부분 고용 관련 정부대책이 그렇듯 이번에도 말만 번지르르하지 내용이 없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시간제 일자리나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민간부문 일자리는 인턴·직업훈련생 지원제도가 대부분이다. 이런 식이면 20만개가 아니라 100만개 일자리를 만든다 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몇 가지 뻔한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첫째, 청년 일자리 문제는 경제성장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매출이 증가해야 인건비를 늘릴 수 있다. 보통 정부 고용정책은 정부가 힘을 써 일자리를 만들면 소득증가→소비증가→기업 매출증가→고용증가→소득증가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정에 입각해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침체 속에 한국 경제 역시 1~2% 정도의 저성장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지금과 같은 정부의 단편적 정책으로 고용-성장 선순환이 발생할 거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낮아서 단기적 소득증가가 소비증가로 잘 이어지지 않고, 기업들도 약간의 매출증가를 고정지출 성격의 인건비 증가로 연결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정부의 20만개 청년 일자리는 소득증가와도 크게 관계가 없다. 정부정책은 명예퇴직·임금피크제 등으로 기존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청년일자리를 만드는 식이다.

둘째, 임금격차 문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가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부분이 저성장 상태지만 한국이 그중에서도 유독 청년 고용률이 낮은 이유기도 하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성별·기업규모별·고용형태별·학력별·나이별 임금격차가 OECD 최고이며, 한 번 저임금 일자리에 자리를 잡으면 임금수준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젊은 노동자들은 기를 쓰고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긴 기간을 취업준비생으로 보낸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느냐가 평생의 소득을 결정한다.

이런 극단적 노동시장 분절과 격차는 나라 경제의 성장에도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 취업까지 가는 기간에 쓰는 교육비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청년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가기 위해 사교육을 받아야 하고, 하게 될 일과 관계없이 대학에서 비싼 교육을 받아야 하며, 또 취업 기간까지 민간 교육기관에서 취업시험 교육을 받는다. 이 교육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한국의 교육은 이른바 스펙을 만드는 전형적인 사치재 성격이다. 한국의 부가가치 중 상당 부분은 미래의 성장이 아니라 이렇게 과잉교육에 소모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미래 성장과 임금격차에 관한 대안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효성 없는 말의 잔치에 그칠 수밖에 없다. 많은 선진국 정부들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정책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청년실업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노동운동이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래 성장은 세계 경제와도 관련돼 있고 자본주의의 구조적 성격에 관한 문제기도 해 당장 답을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문제는 분명 우리 세대 노동자들이 해결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몫이다.

노동운동이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건 여러 방식이 있는데, 단체협상을 최대한 중앙집권적으로 하고, 협약적용률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한국은 현재 단체협상을 기업별로 하고 있으며, 협약적용률도 10% 미만이다. OECD에서 교섭의 분권화 정도나, 협약적용률로나 최악이다. 만약 가능하다면, 수출산업과 나머지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산별노조보다도 민주노총이 사용자단체와 연대임금정책을 가지고 직접 교섭하고, 협약을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노동운동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할 때 이런 게 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박근혜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보다는 이게 더 현실성 있다.

다음으로 청년들도 직접 나서야 할 것이다. “불운한 동료들을 보살피며 희망을 줄 수 있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싸워라.” “혼란스런 세상을 정리하기 위해 힘을 모아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미에서 청년들에게 한 연설의 일부다. 청년들이 개별적 해결책으로 스펙을 쌓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만들고, 민주노총으로 단결할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jwhan77@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지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