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정규직 일자리 7만5천개를 포함한 20만개 이상의 ‘일자리 기회’를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뼈대로 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27일 발표했다. 정부는 청년 채용 여력 확대를 위해 임금피크제 확산에 주력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노동개혁특위 출범에 맞춰 ‘임금피크제로 자녀에게 일자리를’이라는 슬로건을 선보였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청년고용이라는 의제를 선점해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교원 명퇴시켜 청년일자리 창출?=이날 나온 정부대책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정년연장에 대한 후속대책 성격을 갖는다.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만큼 청년들이 취업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공공부문에서 4만개, 민간에서 16만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정부대책의 골자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정년연장을 비롯한 고령화 대책과 상충한다는 점이다. 교원 명예퇴직을 확대해 그 자리에 신규교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연간 5천500명 수준인 교원 명퇴자가 7천500명 정도로 늘어나면 2017년까지 1만5천명의 신규교원 채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부모세대 밥그릇을 빼앗아 자녀세대에게 주겠다는 발상이다. 정부가 나서서 법정 정년제도 무력화를 선언한 꼴이다.

대책에 포함된 나머지 고용창출 계획 역시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 포괄간호서비스(옛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를 확대해 간호인력 1만명을 충원한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존 해외취업·청년인턴·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을 늘린다는 계획 역시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추진된 내용의 재탕이다. 어린이집 보조·대체교사 확충 계획도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이처럼 청년고용 확대효과가 확실한 ‘대표상품’이 없다보니 임금피크제 시행에 대한 정부의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공공부문에서 8천명, 민간에서 3만명의 신규채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제 시행을 비롯한 노동시장 구조개선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 재원마련, 기업은 뭐하나?=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이날 대책에 대해 “고용창출을 위한 기본을 외면한 주먹구구식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고령화 시대에 고령자와 청년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 일자리를 만들던가, 기존 일자리를 나누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새 일자리는 새로운 산업의 도입과 발전을 통해 가능하고, 일자리 나누기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보다 앞서 고용문제에 직면했던 나라에서 도출된 결론”이라고 말했다.

첨단기술 도입과 제조공정 혁신 과정을 거치면서 제조업 등 기존 주력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래세대의 먹을거리, 즉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위한 비전과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여러 차례 밝힌 서비스부문 저임금 일자리 양산 방안으로는 청년세대를 구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달리 말하면, 미래산업에 대한 뚜렷한 구상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창출을 위한 유일한 해법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뜻이다.

임금피크제가 임금 근로자 내부의 문제인 것처럼 프레임을 씌우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고용 재원의 사회적 분담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 실종됐다는 비판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와 여당은 노동시장 안에서 중상위층을 이루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압력을 통해 낙수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상위층 임금근로자 위에 있는 비노동 자산소득자, 즉 기업에게 우리사회가 제도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묻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기업에 각종 혜택을 몰아주기만 했지, 정작 청년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박 연구위원은 “비노동 자산소득자들이 생산적 투자를 통한 이윤창출 보다는 금융이익 통한 수익배분에 집중한 결과 일자리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며 “사내유보금 활용이나, 생산적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청년고용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