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27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옆 한국노총 농성천막을 찾아와 김동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한국노총 천막농성장을 찾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 복귀 전제조건으로 내건 '일반해고·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철회'에 대한 답은 갖고 오지 않았다. 빈손으로 온 이기권 장관에게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화를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노사정위에 복귀할) 명분이 없다"고 거절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국노총 천막농성장을 찾아 김동만 위원장을 만났다. 한국노총이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보름 만이다. 한국노총에서는 이병균 사무총장, 김주익 수석부위원장, 박대수·조민근·최두환·유영철 부위원장과 이수진 의료산업노련 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노동부에서는 임무송 노사협력정책관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어려울 때일수록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 타협해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며 "노동계도 노사정 대화를 통해 주장할 것은 주장하면서 합의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노동시장 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일자리 격차 해소"라며 "이를 위해 경영계가 노력해야 할 게 80이라면, 노동계가 노력할 건 20"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중소기업은 임금피크제를 할 여력이 없어 국민의 공복인 공공부문에서 십시일반으로 참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노사정 대타협이 큰 틀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미 노사정위에서 통상임금과 근로시간단축에 관련된 큰 틀의 공감대가 서 있는 만큼 노사정위에 복귀해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 가자"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동만 위원장은 "좋게 말해 명분이 필요하지만, 그런 변화가 없지 않느냐"며 "이 장관 말씀을 들어 보면 노사정 대화 당시 결렬된 사안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어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화를 못할 이유는 없지만 지금 현장 분위기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이어 "마치 정규직이 양보를 안 해서 청년일자리가 없다는 식으로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긴 쪽은 정부"라며 "710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 두고 있는 대기업에 일자리 창출 책임을 묻지 않고,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임금체계 개편이나 임금피크제 모두 노사자율로 할 문제지, 정부가 강제로 끌고 갈 문제가 아니다"며 "임금피크제는 노동계에서 선심을 써야 할 문제인데도 정부가 강제적인 틀에 맞춰 놓고 있으니 전체 판이 어그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금속노련·화학노련·공공노련·공공연맹 등 산별연맹 간부와 조합원 등 40여명은 이기권 장관의 방문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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