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기자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헌법재판소의 노동사건 관련 판결·결정이 법리적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한국산업노동학회(회장 박태주) 주최로 지난 25일 전주 한옥마을 전통문화연수원에서 열린 노동연구자 여름캠프에서 “법관들이 보는 국어사전은 일반인이 보는 사전과 다른 것 같다”며 법리적 논증이 부족한 노동사건 판례경향을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전교조 사건 대한 헌재 결정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89년 전교조 설립 후 1천500여명의 교사가 해직되자 전교조는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원의 노동 3권까지 제약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옛 사립학교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헌재는 “교원은 사용자에 고용돼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 등 반대급부를 받는 일반 근로자와 다르다”며 공·사립학교를 불문하고 교원에게 일반 노동자와 동일한 노동 3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91년에 나온 헌재의 사립학교법 합헌 결정은 지금까지도 교원의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 5월 해직교원 등의 조합원 자격을 불허한 교원노조법 2조를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91년 결정을 재차 인용했다.

김 변호사는 “사립학교 교원의 노동 3권을 박탈할 법률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위헌제청을 신청할 당시에도 당연히 위헌결정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며 “법관들의 국어 독해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법관들이 보는 국어사전은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상당수 노동사건 판결이 법리보다는 처벌의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노동기본권보다 경영권의 효력을 우선시하는 법원 판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과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쌍용차 사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사용자가 경영사정을 내세우기만 하면 자유롭게 정리해고할 수 있다’고 재판부가 선언해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갑을오토텍 사건에 대해서는 “‘노사합의가 근로기준법 강행규정에 위배되더라도 사용자의 경영사정에 따라 유효할 수 있다’는 낯선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고정적·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하고도, ‘신의칙’을 내세워 회사의 경영사정이 어려우면 과거 3년치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한편 김 변호사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노동권리분쟁절차의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대안으로 ‘참심형 노동법원’을 제시했다. 그는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노동법원으로 일원화하고, 직업법관과 노사 참심관이 대등하게 재판부를 구성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방노동위를 노동법원으로, 공익위원을 판사로, 노동자·사용자위원을 참심관으로 바꾸면 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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