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 중심축을 국회로 옮겨 가고 있다. 정치권에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관련 현안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뿐만 아니라 다른 상임위원회도 대화기구에 참가하는 포괄적인 대화틀을 구상하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논의를 염두에 둔 청와대·정부와 당장 노동계의 제안을 받아 든 여야 간 고차방정식 풀이가 시작됐다.

◇노동계, 이주부터 정치권 접촉=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24일 정치권에 각각 공문을 보내 국회 내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양대 노총이 지목한 공문 수령인은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정의당 대표와 정책위의장, 김영주 환노위 위원장이다.

한국노총은 공문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초까지 진행된 노사정위 협상은 정부주도의 논의 구도로 말미암아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며 “진정한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회 차원의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정부 주도의 사회적 논의가 분명한 한계를 노정한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의 중재자이자 민의의 대변자로서 국회가 앞장서서 갈등 해결을 위한 논의기구 구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다음주부터 여야 정치권을 만나 국회 내 사회적 대화기구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킬러 토픽' 여전히 쟁점=한국노총은 정부가 5대 수용불가 사안을 노동시장 개혁 의제에서 제외할 경우 노사정위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5대 사안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파견대상 업무 확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과 특별추가근로 연장 △임금피크제 의무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노총과 정부는 최근 비공식 접촉이나 연락을 주고받으며 의제 변경을 포함해 대화재개 여부를 타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노총이 두 개 의제 논의를 강하게 반대하는 것만큼 정부도 두 의제를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이슈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지침의 경우 발표만 남겨 놓을 정도로 내용이 완성된 상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취업규칙 지침과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노사정위 복귀 명분을 찾기 힘들어진 한국노총은 국회 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협상에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다면야 좋지만 새로운 대화틀 구성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노동특위 구성도 검토=한국노총은 국회 내에 대화기구가 만들어질 경우 환노위를 넘어서는 대화체를 원하고 있다. 지난해 통상임금 범위 결정과 근로시간단축을 위한 환노위 노사정소위가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데다가, 사회안전망 확충까지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보건복지위까지 포괄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노위를 중심으로 다시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임금피크제·일반해고 등에 대해서만 논의하면 주고받기 식 협상에 머물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그러나 청와대·정부가 대화기구 구성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점은 넘어야 할 벽이다. 여당도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노총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이 구성할 예정인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회처럼 새정치민주연합 내에도 관련 특위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가 여야의 노동시장특위와 동시에 대화를 하면서 체계적인 논의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복안이다.

새누리당의 노동시장선진화특위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계와 야당이 논의를 주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지금 대화재개가 급한 쪽은 노동계나 야당이 아닌 정부”라며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가 어려워지면 정부·여당이 국회 대화틀 구성을 검토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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