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조(이주노조) 규약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설립신고증 보완을 요구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지난달 미등록 이주노동자 노동 3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역행한 결정으로 수정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13일 이주노조에 따르면 최근 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반대, 고용허가제 반대를 (노조의) 활동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4호 마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규약을 보안하라는 공문을 노조에 발송했다. 노조법 2조4호는 노조 목적을 설명하면서 단서조항을 달아 노조 아님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마목은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다.

2005년 조합원 명부를 제출하지 않고 노조간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설립신고증을 내 주지 않았던 노동부가 대법원 판결 뒤에 당시 문제 삼지 않던 '규약이 정치적'이라는 것을 거부 사유로 댄 것이다. 노동부는 이달 27일까지 설립신고서를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이주노조는 반발했다. 노조는 고용허가제 철폐 등을 담은 규약 내용이 노조 설립 이유에 해당하는 만큼 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횟수를 3회로 제한하는 등의 고용허가제를 규정하고 있는데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어기면 미등록 신세로 전락하고 사업주는 이를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약에 고용허가제 철폐를 담은 것은 이런 배경이 있다. 이주노조는 간부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에 적발돼 추방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규약 내용은 정치활동이 아닌 노조활동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한다.

노조와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규약 보완을 요구한 노동청을 규탄한 뒤 청장 면담을 요구할 계획이다. 노조는 “규약 보완을 요구한 것은 이주노동자의 노동 3권이 보장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부당한 행정집행”이라고 비판했다. 박진우 노조 사무처장은 “노동부가 정치활동이라고 판단한 규약은 노조를 설립한 이유이자 기본정신에 해당되는 조항”이라며 “이 같은 이유로 설립신고증을 주지 않는다면 다시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정치활동으로 얽어매려는 것은 비열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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