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45)·한규협(41)씨가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지 한 달이 지났다. 농성 돌입 31일째인 지난 11일 오후 인권위 광고탑 아래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사내하청 노동자가 한데 모였다. 이들은 “진짜 사장인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정규직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19개 사업장 사내하청노조로 구성된 ‘사내하청 총파업 준비모임’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는 ‘기아차 5·12 합의, 현대차 8·18 합의 폐기! 고공농성 승리! 비정규직 철폐!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쟁취를 위한 비정규직 문화제’라는 다소 긴 제목으로 진행됐다.

기륭전자·기아차·동양시멘트·동희오토·쌍용차·아사히글라스·한국지엠·현대위아·현대차·현대제철·현대중공업에서 근무 중이거나 해고된 사내하청 노동자 250여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법원이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에 해당하고 원청업체가 진짜 사용자라고 수차례 확인해 줬는데도, 현대차와 기아차에서는 법원 판결만도 못한 신규채용 합의가 이뤄졌다”며 “잘못된 합의를 바로잡고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사내하청 사용관행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이후 두 회사 정규직 노사 주도로 이뤄진 사내하청 특별채용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고공농성 중인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 2명도 “신규채용 방식의 특별채용 방안을 철회하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양경수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은 “우리가 함께 투쟁하지 않으면 또 다른 최정명과 한규협이 전광판에 오를 것”이라며 “두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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