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에 마무리된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예년과 비교해 큰 관심을 모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3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강조한 데 이어 정치권까지 동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은 6천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5천580원) 대비 8.1% 올랐다. 노동계 요구인 1만원은 물론이고 정부 공언에 비춰 봐도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박근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고려한 것은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소득분배율 개선치였다. 과거 정부와 달리 소득분배율 개선치를 강조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은 소득분배율 개선치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의 수준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종안으로 내놓은 인상률 8.1%는 상반기 협약임금 인상률(4.3%)과 한국노동연구원이 전망한 임금인상률(4.5%)의 중간값인 4.4%에 소득분배개선분 2.1%와 협상조정분 1.6%를 합친 것이다.

문제는 소득분배개선분이다. 노동계와 시각차가 크다. 공익위원들은 전체 노동자 임금평균 중윗값의 50%를 달성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집권 5년간 매년 반영해야 할 소득분배개선분을 산출했다. 2013년 한국노동연구원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이를 근거로 2014년(2.6%)·2015년(2.7%)·2016년(2.1%)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소득분배개선분이 반영됐다.

공익위원들은 전체 사업장을 기준으로 임금평균 중윗값을 계산했지만, 노동계는 5인 이상을 기준으로 그것도 중윗값 50% 달성이 아닌 임금평균 50% 달성을 소득분배개선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1인 이상 사업장 임금평균(임금총액) 중윗값 대비 50.9%다. 사실상 목표달성을 이룬 셈이다. 반면 전체 노동자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32.2%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빠르게 인상하겠다”던 정부의 공언은 처음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올해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내년부터는 소득분배지표를 산출할 때 중윗값이 아닌 임금평균도 반영하기로 함에 따라 2017년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급과 월급을 함께 고시하기로 한 점이다. 주휴수당 지급을 포함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제조업과 일부 아르바이트 직종을 제외하고는 월급제 중심인 우리나라에서는 월급으로 고시해야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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