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재 금속노조 신아SB지회 지회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중형조선소 회생 및 고용안정 정부대책 촉구 금속노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동일 성동조선해양지회 지회장, 김 지회장, 이장섭 STX조선지회 지회장. 정기훈 기자

정부의 무관심 속에 고사 위기에 놓인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이 조선소 회생과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과다와 자금부족으로 중형조선소들이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에서도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를 향한 절규의 목소리다.

현재 채권 금융기관의 관리(자율협약)를 받거나 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해양·STX조선·신아SB 등 경남지역 3개 중형조선소 노조 대표자들은 7일 ‘중형조선소 살리기 대정부 요구’를 발표했다. 해당 사업장 노조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선산업의 허리이자 지역경제의 파수꾼인 중형조선소가 무너져 가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정부가 중형조선소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노동자들은 대규모 상경집회를 포함한 실력행위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있을 총선·대선·지방선거에서 무능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경고했다.

◇고사하는 중형조선소=조선산업이 호황일 때 24곳까지 늘었던 중형조선소 중 현재 가동 중인 업체는 성동조선해양·STX조선해양·SPP조선·대선조선뿐이다. 그마저도 채권 금융기관의 관리를 받고 있다. 호황기 과잉투자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로 인한 환차손 피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자금력이 약한 중소조선소에 특히 불리한 대금회수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형조선소들이 직면한 난관 중 핵심은 부채과다와 자금부족으로 인한 경영불안이다. 금융위기로 부도 상황에 내몰린 중형조선소들은 비슷한 시기에 채권단과 자율협약 방식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지만 현재까지 경영정상화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중형조선소 노동자들은 일자리에서 속수무책 쫓겨났다. 채권단이 개별업체에 요구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조선소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기여했지만,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저하를 동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적 개입 없이 중형조선소 위기를 사실상 방치한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경남지역 조선소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신아SB는 무역보험공사가 선박 신규수주를 위한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해 주지 않은 탓에 법정관리 상태에 놓였다. 성동조선해양은 2년치 일감을 확보해 놓고도 채권단에서 추가 지원을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관리 아래 언제 구조조정을 당할지 모르는 처지다.

정동일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장은 “박근혜 정부는 마치 국내 중형조선소와 조선산업이 망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면 중형조선소들은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고 국가경제와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수주만 막지 않아도"=이들 노조가 제시한 대정부 요구는 △중형조선소 발전 종합계획 마련과 중형조선소에 대한 선박금융·세제지원 확대 △중형조선소 선박수주 위한 경영·영업지원과 물량배정·기술전수 등 구체적 지원방안 마련 △중형조선소 고용안정 위한 정부·지방자치단체 종합대책 수립 등이다. 핵심은 선박금융 지원 확대다. 중형조선소들은 어렵게 신규 수주계약을 맺고도 채권단이 RG를 발급해 주지 않아 해당 물량을 중국이나 일본의 경쟁업체에 뺏긴 경험을 갖고 있다.

김민재 금속노조 신아SB지회장은 “채권단이 신규 물량수주만 가로막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유지되고, 중형조선소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경제도 활기를 유지할 수 있다”며 “이런 준비를 해 놓지 않는다면 조선업이 불황에서 호황으로 전환하더라도 국내 조선산업은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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