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7·4 전국제조노동자대회에서 참가 조직 대표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산산조각 났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커다란 해머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이라고 적힌 대형 얼음조각을 내리쳤다. 성인남자 하반신 크기의 얼음조각이 깨지더니 이내 잘게 부서졌다.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의 산별노조 위원장들은 ‘박근혜 (대통령) 독재’라고 적힌 대형 얼음조각을 부쉈다. 해머를 든 위원장들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번졌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속이 다 시원하다”고 했다.

제조공투본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제조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섭씨 30도 안팎의 무더운 날씨에도 2만여명의 노동자들이 투쟁조끼를 입고 이날 대회에 참석했다. 서울역광장은 제조노동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7월22일 20만명의 제조노동자 총파업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막겠다”고 결의했다.

“구조개악 못 막으면 노동의 미래 없다”

제조공투본 소속 단위노조 위원장들과 조합원들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추진에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30대 기업집단의 55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집중지도를 지시했다.

이날 제조노동자대회에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 등 완성차지부도 참석했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산업역군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성장한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경제를 파탄낸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며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제때 막지 못하면 노동의 미래가 없는 만큼 제조공투본 총파업 투쟁에 복무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상욱 한국항공우주산업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노조가 회사 경영에 지장을 준다며 단체협약을 조사하겠다고 한다”며 “아버지 임금을 빼앗아 아들 일자리를 만들자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개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7월22일 한국 제조업이 멈춘다"

제조공투본은 22일 제조업종 노동자 공동총파업에 들어간다. 민주노총은 15일 2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노총은 총파업 찬반투표까지 마쳤다.

그런 가운데 제조공투본이 22일 전국 규모 총파업 계획을 밝힌 것이다. 제조공투본 단위노조들은 총파업 당일 지역별로 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연다. 제조공투본은 20만명의 조합원이 총파업 투쟁에 함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공투본은 공동총파업 선언문을 통해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중단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외면하고 노동자와 서민을 죽이는 길로 가고 있다”며 “22일 총파업 투쟁은 1996년 이후 20년 만에 한국 제조업이 멈추는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공투본은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전면폐기를 선언하고, 실노동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정상화 입법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이용득 최고위원, 이인영·한정애 의원도 참석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새벽을 열던 노동자들이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제조공투본의 선도적인 투쟁으로 노동자와 서민을 위협하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꺾어 달라”고 주문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을지로입구역까지 행진했다. 이어 을지로 롯데백화점 앞에서 마무리집회를 한 뒤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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