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금융부문 조합원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양대 노총 공공·금융노동자 투쟁 결의대회를 마친 뒤 청계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양대 노총 공공·금융부문 노동자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1996~97년 양대 노총이 벌인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을 능가하는 연대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모았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투쟁본부와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4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공공·금융노동자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투쟁결의문을 발표했다.

양대 노총 노동자 1만5천여명 대학로 운집

이날 대학로 앞 도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공공·금융노동자 1만5천여명으로 넘쳐났다. 조상수 공공부문노조 공투본 대표위원장(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쉬운 해고·낮은 임금·노조 무력화를 노린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정부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부터 먼저 추진하려 해서 이를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서게 됐다"며 "각 노조가 개별행동을 하지 않고 뭉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공공부문노조 공투본과 금융노동자 공투본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를 막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일방변경이 허용될 경우 성과연봉제·퇴출제 도입이 순차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96년보다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맞설 것"

양대 노총 위원장은 "총연맹 차원에서 연대전선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처음으로 한 일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였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된 정권이 아니다"며 "정부는 대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540조원이나 쌓아 두고도 비정규직만 늘리는 것에는 일언반구 없이 임금피크제로 노동자를 쥐어짜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96년 날치기로 통과시킨 정리해고보다 더 무서운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공공부문 가짜 정상화를 막기 위해 양대 노총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맞서야 한다"며 "양대 노총의 총파업·총력투쟁이야말로 정권에 파열구를 낼 결정적 한 방이고 승리를 위한 확실한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양대 노총은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중단과 노정교섭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전 직원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공공성을 파괴하는 성과연봉제, 공공서비스를 재벌에게 팔아먹는 기능조정을 즉각 중단하라"며 "잘못된 정책을 중단하고 양대 노총 공투본과 노정교섭을 통해 공공서비스 확대를 비롯한 청년실업 해결방안을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노동·공공·교육부문과 함께 정부의 4대 개혁 대상에 오른 금융산업 노동자들의 반발도 컸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노동자를 노동시장 구조개악 실험대상으로 삼는 정책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권에 이미 상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더 쉬운 해고를 양산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공공부문 민영화의 다른 이름 '기능조정'

양대 노총은 이날 투쟁결의문을 발표한 뒤 공공·금융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청계천까지 행진했다. 양대 노총 깃발과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사무금융노조 깃발에 이어 1만5천여명의 공공·금융노동자들이 뒤따랐다.

대형 스피커를 설치한 차량에 오른 공공부문노조 대표자들은 정부 정책이 공공기관을 어떻게 황폐화시키지를 알렸다.

한길동 국토정보공사노조 위원장은 "5월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이 공사 민영화를 앞당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능조정안에 따르면 공사는 산·논·밭을 제외한 확정측량을 2020년까지 100% 민간에 개방한다. 한 위원장은 "측량은 재산권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이를 민간에 전부 이양할 경우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기존 측량업무를 하는 직원 400여명에게 어떤 새로운 일을 맡길지 계획도 세우지 않고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규석 가스공사지부 부지부장은 "민영화란 이름으로 공공기관 업무를 민간에 넘기는 것이 어렵게 되자 정부가 기능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지난해 공공기관 복지축소 문제는 노조가 양보를 했지만 공공서비스를 축소하는 문제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노동자 밀리면 임금피크제·퇴출제 민간으로 확산"

올해 초 20여일이 넘는 파업을 전개해 성과급제 도입을 저지한 서울대병원노조 사례가 소개되자 대회 참가자들은 행진 중 박수로 환호했다. 우지영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메르스 사태를 치료하던 병원노동자들 다수가 확진환자가 돼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존재로 전락했다"며 "공공노동자들은 성과급제·퇴출제·임금피크제와 민영화를 우리 사회에 퍼뜨리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단결해 싸워 나가겠다"고 외쳤다.

양대 노총 노동자들은 종각을 거쳐 청계천 모전교 옆에 도착해 이날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 마지막 발언은 상급단체를 두지 않고 있는 박표균 국민건강보험공단노조 위원장이 맡았다. 박 위원장은 "가짜 정상화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오늘 노동자들이 모인 모습을 보니 싸울 자신감이 생긴다"며 "정부가 싸움을 피해 갈 수 없도록 노조를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양대 노총과 연대해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김동만 위원장과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해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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