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노조간부를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법원은 2012년 S그룹 전략문건뿐 아니라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의 노조간부 사찰 사건까지 부당노동행위 증거자료로 인정했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삼성에버랜드 해고자인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조 부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월 서울행정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조 부지회장은 2011년 1월 노조홍보를 위해 사내전산망에 있는 회사 임직원 4천300여명의 이름·전화번호·이메일 주소 정보를 편집해 자신의 외부 이메일로 전송했다. 같은해 7월에는 회사 리조트사업부의 매출·매입 내역이 담긴 자료도 자신의 외부 이메일로 보냈다.

회사측은 주요 영업비밀 공개나 누설을 금지한 취업규칙에 위반된다며 조 부지회장을 해고했다. 회사 동료에게 문자메시지로 욕설을 하고 불법번호판이 달린 차를 몰고 다닌 점, 회사 승인 없이 결근한 점도 징계사유에 포함됐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1심과 마찬가지로 회사가 제시한 8개 징계사유 중 2개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외부 이메일로 보낸 파일은 회사의 주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 부지회장이 회사 정보보호규정을 어겨 파일을 자신의 외부 이메일로 보내고 업무 외적인 일로 사내전산망을 이용한 점, 기업별노조 위원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욕한 것을 징계사유로 인정하면서도 “회사 징계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가혹한 제재로서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2012년 S그룹 전략문건’뿐 아니라 최근 삼성물산·삼성테크윈이 노조간부를 미행·사찰한 것에 대한 언론보도 자료도 부당노동행위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문건 내용과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행보에 비춰 보면 조씨에 대한 해고는 조씨의 노조활동이나 삼성그룹의 노조대응 정책과 무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법원이 노동계에서 줄기차게 주장한 삼성의 악질적이고 위법적인 행태를 전부 사실로 받아들였다”며 “삼성은 판결을 수용하고 노조간부들에 대한 해고와 징계를 모두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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