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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고용창출과 임금피크제는 상관없다 하지 않았나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강제로라도 도입시키겠다고 나섰다. 현 호봉제 임금체계에서는 정년연장에 따라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청년 취업난과 장년 노동자의 고용불안이 증가한다는 게 근거다. 정년 전 일정 근속 이후부터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 신규채용도 할 수 있고, 고령 노동자 고용유지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내년부터 법정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 만큼 정부는 올해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민간부문도 가능한 정책수단을 통해 도입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얼핏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내세우는 근거들은 터무니없는 것들이다.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이 늘어난다는 주장이 특히 그렇다.

첫째, 무엇보다 호봉제로 매년 임금이 오르며 정년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중 극소수다. 한국 노동자 평균 근속은 5.6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지불능력이 되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에게나 호봉제와 정년이 의미가 있다. 여러 통계자료를 종합해 보면 민간부문 150만명, 공공부문 100만명 정도가 호봉제-정년 체계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1천800만명 노동자 중 15%도 되지 않는다. 정부 말처럼 고용효과가 있다손 치더라도 전체 고용시장에서의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둘째, 15% 노동시장에 대한 효과도 의문이다. 고령 노동자의 임금 감소분이 신규채용으로 이어진다는 가정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 가정이 성립하려면 현장에 인력이 부족한데도 기업들이 비용 제약으로 인력충원을 하지 못하고 있어야 한다. 노조의 고용보장 속에 호봉제 효과를 누리는 노동자 대다수가 대기업 노동자임을 감안하면, 정부 이야기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현장 인력부족에도 신규채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야 한다.

정말 그런가. 당연히 아니다. 대기업들의 고용확대 여부는 경기전망에 따른 가동률 예측이나 사업확장 계획 등이 중요한 변수지, 일부 고령 노동자의 인건비가 아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임금피크제 효과를 부풀리려는 정부와 사용자단체의 황당무계한 통계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3월에 발표한 '임금피크제 도입현황 및 효과분석'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9천34개 사업장을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로 나눠 비교했는데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은 신규채용이 퇴직자보다 많고, 임금피크제 미도입 사업장은 신규채용보다 퇴직자가 많다며 고용창출에 임금피크제가 도움이 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교는 말이 되지 않는다. 임금피크제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자의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다. 지면상 자세하게 소개할 순 없지만, 억지로 원하는 비율을 만들기 위해 분모와 분자를 자의적으로 선택했다. 정부 데이터를 재분석해 보면, 오히려 정부 자료는 임금피크제가 고용창출 효과와 상관없다는 주장을 지지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임금피크제 미도입 기업의 청년 신규채용은 전체 종사자의 17.8%고,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의 청년 신규채용은 8.4%다. 정부 주장과는 반대로 임금피크제가 청년 신규채용에 부작용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임금피크제 사례집'도 임금피크제 도입 동기를 정년보장·정년연장·고용연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와 청년 신규채용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임금피크제의 비용절감 규모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더 황당하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5년간 26조원의 인건비를 절감해 31만명을 신규채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결론의 가정은 모든 상용직 노동자가 정년까지 고용돼서 호봉제로 임금을 받고, 기업은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돈 모두를 신규채용에 쓴다는 것이다.

이미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호봉제-정년 효과를 누리는 노동자는 극히 일부다. 임금 절약분을 청년 신규채용에 쓰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정부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오히려 임금피크제로 인한 ‘기업경쟁력’을 슬쩍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50세 이상 노동자들을 더 싸게 고용해 기업 이득을 늘리고 싶다는 자본의 진짜 의도일 것이다.

기업의 지불능력에 근거한 기업별 임금체계인 현 호봉제가 물론 대안은 아니다. 사용자나 고용형태, 성과 인종 같은 노동 외부변수가 임금을 결정하는 건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노동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같은 노동에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 사회의 생산력 발전에 근거한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기업별 임금체계를 개혁하는 제도가 아니다. 세대 간 일자리 나누기는 더더욱 아니다. 오직 자본의 이익만 늘리는 최악의 방안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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