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가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원·하청과 세대 간 상생고용을 실천하는 기업에 각종 재정지원과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의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강하게 추진하면서, 기업에는 각종 혜택을 주면서 달래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상생협력기금 출연기업에 세액공제

정부는 △청·장년 상생고용 △원·하청 상생협력 △정규·비정규직 상생촉진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노사파트너십 구축 등 5대 분야 36개 과제를 발표했다. 노사 반발이 심하거나 법 개정이 필요한 비정규직 규제 합리화와 일반해고 절차·기준 마련, 사회안전망 강화는 8~9월 발표할 예정인 2차 추진방안에 담긴다.

사실 이날 정부 발표에서 기존 정책을 뛰어넘는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다. 원·하청 상생협력 방안을 구체화한 정도가 눈에 띈다. 정부는 내년부터 원청이 하청노동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상생협력기금에 출연하면 출연금의 7%를 세액공제해 주기로 했다. 상생협력기금은 원청이 하청의 연구개발·인력개발·생산성 향상·해외시장 진출·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출연하는 기금이다. 하청노동자 근로개선을 목적으로 지원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원청이 하청업체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거나 하청과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출연하면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법인세 손비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또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거나 대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하청노동자 복지를 위해 사용하면 예산을 지원한다. 올해 책정된 예산은 80억원이다.

정부는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납품단가 조정신청 기한을 현행 1주일에서 20일로 연장하고, 하도급 대금 지급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가진 브리핑에서 “원·하청 상생협력 등 노동계 요구사항을 충실히 담았다”고 주장했다.

효과 없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노동계는 ‘시큰둥’

정부의 원·하청 상생협력 방안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최대한 유도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확대를 위한 취업규칙 지침 개정처럼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정책은 밀어붙이면서, 기업에는 권고수준에 그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각종 재정지원과 세제혜택을 약속하면서 말이다.

그나마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원청이 하청업체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거나, 공동근로복지기금을 만들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사내유보금을 쌓아 두는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소득세법을 포함해 각종 세법 시행규칙상 허점으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대상으로 지목된 삼성과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에 전혀 부담을 주지 못하고 있다. 세제혜택을 준다고 해서 대기업들이 상생협력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포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무슨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노동계 요구를 수렴했다고 강조하지만 노동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원·하청 간 대등한 교섭권을 부여하거나, 불공정거래를 한 대기업의 사업에 큰 차질을 줄 정도로 제재를 강화하라는 것이었다”며 “대기업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권고하는 게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하청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이 원·하청 상생협력의 목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본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기업이 이익의 일정 부분을 배당·투자·임금인상에 사용하지 않으면 과세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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