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조합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만영사관 앞에서 대만 경찰의 한국인 노동자 강제연행 사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구은회 기자
하이디스테크놀로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대만 원정투쟁을 떠난 한국인 노동자와 가족 8명이 10일 강제로 추방됐다. 이들은 이날 저녁 7시15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자국민이 외국 정부에 의해 폭력적으로 연행되고 추방되는 과정을 대한민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10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대만 경찰은 전날 저녁 8시30분께 하이디스 모기업인 유엔풍유(YFY)그룹 호쇼우추안 회장의 집 앞에 설치된 고 배재형 전 하이디스지회장 분향소를 철거하고, 이 과정에서 연행된 한국인 노동자와 가족 8명을 이민자관리소에 억류했다. 이어 이날 한국인 전원을 강제추방했다. 추방자 중에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회사측의 해명을 듣고자 대만원정에 동행한 고 배재형 전 지회장의 부인도 포함됐다. 대만 정부는 이달 3일에도 한국인 노동자 2명을 강제로 추방한 바 있다.

대만원정에 동행한 노동자 중 상당수는 여성이다. 대만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추방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벌어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달 3일 추방당한 엄미야 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대만 경찰은 여성노동자를 알몸수색하고, 화장실에서 용변을 볼 때에도 문을 닫지 못하게 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며 “심지어 단식농성 중이던 노동자를 병원으로 옮겨 달라는 요구도 묵살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만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리해고 문재를 해결해 달라고 대만 본사를 찾아간 노동자들을 테러범 취급하고 강제연행한 대만 정부의 몰지각한 대응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 844억원을 기록한 흑자기업이 공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되지 않는 처사”라며 “하이디스 문제에 대한 대만 정부와 대만 기업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 노동자들은 한국-대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비롯한 경제협력 강화 시도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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