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노조 하부조직인 지부·지회가 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총회를 열어 가결했다면 법적효력이 있을까 없을까.

2010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 조직형태변경 결의의 적법성을 따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28일 열린다.

공개변론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금속노조는 전체 조합원 15만여명 중 4만6천여명의 서명이 담긴 종이상자 24개 분량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노조와 사건 당사자인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 120여명은 탄원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원은 정치적 판결로 산별노조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며 "산별노조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재판 결과 안갯속=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2010년 당시 발레오만도(현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회사측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한 뒤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그 일환으로 노조 조직형태변경 결의가 이뤄졌다. 일종의 산별노조 무력화 작전이다. 실제 기존 노조는 크게 약화됐다.

이와 관련해 산별노조 지부·지회가 조직형태변경을 결의할 수 있는 주체인지 아닌지를 놓고 법정 공방이 가열됐다. 1·2심 재판부는 “발레오만도지회는 금속노조 하부기구에 불과하다”며 독자성을 부인했다. 지회가 사단성(단체성)은 물론이고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지회가 노조 조직형태변경 결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2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은 산별노조 지부·지회의 조직형태변경 논란에 관한 대법원의 사실상 첫 심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런 만큼 1·2심에 비해 폭넓은 심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산별노조 하부조직이 노조 조직형태변경 주체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오래된 쟁점 외에 △법적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노조 조직형태변경 결의에 절차적 위법성은 없는지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의한 결의인지 △조직형태변경 자체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임원선출이나 규약개정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가 새로운 쟁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모두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건 쟁점은?=지금까지 제출된 재판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기업노조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예컨대 △발레오전장노조(기업노조)가 2010년 총회를 소집해 조합원 97.5%의 찬성으로 집단탈퇴를 가결한 만큼 총회 민주주의가 인정돼야 하고 △금속노조는 무늬만 산별노조로 사실상 기업노조 연맹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하부단위 집단탈퇴가 인정돼야 하며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노동조합의 개념과 노동조합 조직형태변경 주체로서 노동조합의 개념은 구별돼야 하고 △대법원이 금속노조를 인정하고 기업노조를 부정하면 그동안 회사와 기업노조가 맺은 협약이 무효가 되며 결과적으로 회사에 경제적 불이익을 준다는 주장이다.

반면 금속노조는 △노조 내부 규약에 법원이 개입해서는 안 되고 △노조는 연맹이 아닌 단일노조로서 내부 규율을 통해 통일성을 강조해 왔으며 △단결체로서의 노동조합과 교섭당사자로서의 노동조합을 구별하는 학설이나 판례는 존재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개념이 헌법과 노조법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서는 안 되며 △기업노조는 자주성이 없는 회사노조에 불과하고, 금속노조 때문에 회사가 불이익을 입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한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시절 국정원이 전교조 불법화를 추진하고 민주노총 소속 노조 탈퇴에 개입한 정황이 언론보도로 드러난 가운데 발레오만도지회 역시 정부 개입으로 조직력이 약화된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민변)는 “2009년 발레오만도를 시작으로 대구 상신브레이크, 구미 KEC, 영동·아산 유성기업, 안산 SJM에서 노조탈퇴 공작이 이어졌고, 당시 민간 노무법인에 불과한 창조컨설팅은 노동전문가나 법률가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불법을 사주하면서 활개를 치고 다녔다”며 “배후에 정부기관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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