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과 미국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노동문제에 국한해 보면 더욱 그렇다. 독일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모델인 ‘하르츠 개혁’바람이 분 한국과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업체 ‘페이스북’의 최저임금 인상에 환호한 미국. 한국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내걸었다면 미국은 ‘최저임금 인상’을 화두로 삼았다. 한국의 경우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두고 노사정 협상에 실패하자 노·정이 갈등모드로 돌아섰다. 반면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모처럼 노·정이 밀월(?)모드다. 왜 그럴까. 미국의 최저임금 동향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공약했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주정부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2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가 법정 최저임금을 15달러(1만6천500원)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현재 시간당 9달러인 법정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앞으로 해마다 13%씩, 향후 5년간 총 67%가 인상된다. 이미 시카고·샌프란시스코·시애틀 등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했다. 미국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운동을 추진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주정부가 이에 호응한 셈이다. 미국의 연방 법정 최저임금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다.

노·정이 공감한 최저임금 인상에 미국 글로벌기업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화답’했고,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는 ‘침묵’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비정규직과 용역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해 찬사를 받았다. 반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브룩의 맥도날드 본사 사옥 앞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5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이날 열리는 맥도날드 주주총회를 겨냥해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요구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 유통서비스업 노동계가 주도한 최저임금 인상운동은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호응한 데 이어 주정부들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면서 절정을 맞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정부들이 가세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대세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정부들은 생활임금인상 조례를 통해 법정 최저임금 제도를 보완했다. 이에 주정부들은 법정 최저임금 인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동자들의 소득증대가 소비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치중했던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나선 배경이다. 우리도 이런 추세에 동참해야 한다. 다음달이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에 적용하는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데, 절호의 기회다. 이번에 최저임금은 대폭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허황된 주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7%대에 불과했다.

페이스북과 맥도날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두 기업의 인식과 태도는 너무나 다르다. 물론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요구에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경제단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복지확대에 나선 페이스북과 애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게 너무나 아쉽다. 물론 페이스북과 애플 등 글로벌기업은 미국 본사와 한국 지사 노동자들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페이스북 미국 본사에 비해 한국 지사의 비정규직 처우는 다르다. 이것은 불합리하다.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든,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든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동일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대기업과 경제단체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기업의 불합리한 태도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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