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조선소만 살릴 수 있다면 무쟁의 선언도 하고 일정 부분 인력 구조조정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난해 인수의향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조합원들과 총회를 열어 조선소부터 살리고 보자고 어렵게 뜻을 모았다. 그런데 인수의향자가 약속한 인수자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지회만 쓰레기가 돼 버렸다.”

지난 14일 통영 지회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민재(44·사진) 금속노조 신아SB지회장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업체로의 인수가 무산된 과정을 설명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김 지회장은 “신아SB는 앞으로 법정관리 6개월 남은 시한부 인생”이라며 “일감만 주어지면 살 수 있는데 현실은 절망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 워크아웃 4년을 거쳐 법정관리 1년이 지났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뒤 이제까지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할 수 없었다. 저가수주에 대해서는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발급해 줄 수 없다는 채권단의 결정 때문이다.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개입될 여지는 없었다. 고용유지 차원에서라도 일단 일감을 받아 조선소를 가동하면서 경기가 좋아질 때를 기다리자는 것이 지회의 요구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신아SB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은 없었나.

“지난해 인도네시아 업체가 인수의사를 밝히며 지회에 3가지 조건을 걸었다. 임금·단체협약 개정과 4년간 무쟁의 선언, 인력 구조조정 수용이었다. 총회를 열어 조합원에게 찬반을 물었는데 90% 이상이 찬성했다. 대다수 조합원의 생각은 내가 잘리더라도 회사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조선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면, 그때는 다 함께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었다. 하지만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 지회의 노력으로 통영이 평택에 이어 두 번째로 고용촉진특별구역으로 지정됐었는데.

“고용노동부가 지회의 요구가 받아들여 통영을 고용특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고용유지 효과가 미미했다. 유급휴업 당시 6개월간 매달 30만원의 임금을 추가로 받은 것 말고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제도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아쉽다.”

- 통영 지역사회는 제조업보다 관광산업에 관심이 커 보인다.

“제조업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산다. 관광산업과 비교해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불황으로 조선소들이 하나둘 문을 닫자 통영 지역경제가 동반침체한 것이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 준다.”

- 금속노조 조선분과는 정부를 상대로 조선산업발전협의회 구성을 요구해 왔는데.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노사정 이해 당사자가 대화를 통해 얽힌 매듭을 풀어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도 국회도 나서는 이가 없다. 노동자들끼리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다 여기까지 왔다. 0.1%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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