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진심으로 더 늦기 전에 신아SB가 새로운 오너를 만나 조선소 운영이 정상화되기를 바랍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지난달 신아SB 앞으로 한 통의 이메일<사진>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런던에 근거지를 둔 한국인 선박브로커 리(Lee)’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선박브로커는 선주사와 조선소를 중개하는 대리인이자 선박 전문가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으로 유명한 영국의 클락슨도 선박브로커 업체다.

브로커 리는 “한국의 중형조선소가 법정관리나 과도한 재정적 부담으로 경매절차에 직면하고, 그로 인해 신조선 분야에서 급격하게 멀어지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몹시 불행한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유러피언 선주사들의 신조선 문의와 관련해 저는 한국의 조선소를 고려하는 대신 가급적이면 중국의 조선소들과 접촉할 것을 강요받아 왔다”고 토로했다. 상선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브로커 리는 그러나 “신아SB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정비된 레이아웃과 질 좋은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신아SB는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전매특허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roduct oil·chemical tankers)을 계속 건조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난에 빠진 중소조선소를 관리하는 채권단이나 법정관리인들이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을 통제하며 신규 선박수주를 억제하는 것과 대비되는 시각이다. 일감만 주어지면 한국 중소조선소들이 자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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