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페터 하르츠 전 독일 노동개혁위원장이 조선일보 주최 행사에서 대담을 했는데요. 새삼스레 하르츠 개혁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노동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 하르츠 개혁은 독일 노사정이 1998~2002년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했다가 노동계 반발로 실패하자, 정부 주도로 개혁을 강행한 사례인데요. 우리나라 노사정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 초까지 협상을 했다가 실패하자 고용노동부가 입법이나 가이드라인 제정을 예고한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 노동계는 독일 사례를 끌어들여 노동시장 구조개선 강행 명분을 또하나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입장입니다. 안 그래도 대한상의가 올해 1월 노사정 협상 실패에 대비해 하르츠 개혁처럼 정부 주도로 구조개선을 하는 플랜B 실행을 주장한 적이 있지요.

- 하지만 정부나 일부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독일 정부가 하르츠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 노사관계 특유의 협력적 관계와 산별노조 정착 등 환경적 요인이 컸기 때문인데요. 더구나 하르츠 개혁 이전에 4~5년에 이르는 장시간 대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 이런 요인을 무시하고 정부가 고작 3개월 대화하고 할 건 다했다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강행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 한국노총은 이날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악용하지 말라”고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 한국노총은 “하르츠 개혁은 독일에서 고용률 개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미니잡 같은 저임금·단시간 노동을 늘려 근로빈곤층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는데요.

- 한국노총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밀어붙이려는 정부가 독일 사례에서 저임금 비정규직 확대 등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선택하는 편식증을 보일까 우려스럽다”며 “오히려 청년일자리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한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이기권 장관과 대담한 하르츠 전 위원장 역시 “폭스바겐 노동이사 시절 3만명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근무제를 주 5일제에서 주 4일제로 바꿔 모든 사람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 한국노총은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나 장기근속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아닌 노동시간단축에서 청년 일자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소노동자 현수막 철거한 서울여대 총학생회

-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기간에 교내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이 설치한 현수막을 무단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 서울여대 45대 총학생회 친한친구는 20일 새벽 교내에 설치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가 게시한 현수막과 소원천 10여장을 철거했는데요.

- 철거된 현수막은 본관 앞에 검은색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 쓰레기봉투 위에는 "학생들에게 1년에 단 한 번뿐인 축제를 위해 자진철거했다"는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명의의 쪽지만 남겨져 있었는데요. 도대체 '자진철거'의 뜻은 알고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와 노조 그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서랑제(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달부터 서울여대 본관 로비에서 임금삭감에 반대하며 파업과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 중 3명의 청소노동자가 지난달 29일부터 단식농성을 벌이다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 서경지부 관계자는 "1년에 한 번뿐인 축제를 예쁘게 치르고 싶다는 학생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전날 학교측에 축제행사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고 답답해했습니다.

-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말도 옛말이 된 지 오래지만 언제부터 이렇게 대놓고 '무지성'일 수가 있을까요.

- 총학생회가 한밤중에 버리듯 던져 둔 쓰레기봉투 더미를 본 청소노동자들의 심경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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