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록 공인노무사(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법으로 강제된 지 만 4년이 돼 간다. 그간 복수노조 시대 4년 동안 주로 금속노조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업주들이 어용노조를 동원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민주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고, 민주노조를 파괴시키는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사회쟁점화됐다.

필자는 이 글에서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악용해 민주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해 노조활동을 무력화시켜서 막대한 이윤을 착취하는 플랜트현장의 신종 부당노동행위를 알려 내고, 이런 부당노동행위를 조장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무책임한 작태를 폭로하고자 한다.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에는 포항·여수·광양·울산·서산·당진 등 석유화학단지와 제철·철강단지에서 일하는 플랜트건설 노동자 7만여명이 가입해 있다. 최근 석유화학산업과 철강산업의 경기불황으로 산업설비투자가 축소돼 많은 조합원들이 전국 각지의 발전소 건설현장에 취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부터 군산·보령·인천·삼척·동해 등 발전소 건설현장에서는 플랜트업체와 지역 어용노조들이 결탁해 임시·일용직인 플랜트건설노조 조합원들에게 일자리를 볼모로 근로계약서 작성시 어용노조 가입원서 작성을 강제하는 소위 황견(비열)계약이라는 부당노동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그리고 업체들은 노동위원회로부터 지역별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받은 후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게 했다. 조합비 원천징수와 대납을 통해 어용노조를 과반수노조로 만들어 플랜트건설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시키는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와 같은 정형화된 매뉴얼은 자본에 빌붙은 공인노무사가 만들었으며, 플랜트건설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시키는 대가로 엄청난 수임료를 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창구단일화 제도가 동일한 사항에 대해 같은 내용의 교섭을 반복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교섭효율성 저하와 교섭비용 증가라는 불합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창구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 단위를 원칙적인 교섭단위로 설정함으로서 교섭관계 안정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법제화된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교섭관계 안정보다는 근로조건 통일성에 관한 요청이 더 큰 경우에 한해서만 교섭단위를 분리해 소수직종 노동자(또는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의 사업 단위에 소수직종인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가 결성되면 이들 노동조합의 신청에 의해 직종 단위로 교섭단위 분리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반면 플랜트건설 현장에서는 근로조건이 유사한 동일한 직종임에도 플랜트업체의 신청에 의해 지역별로 쪼개져 교섭단위가 분리되고 있다. 업체들은 그동안 소규모 지역별로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했는데 지난해 12월께 중앙노동위원회는 업체들의 신청이 없었는데도 직권으로 지역단위를 현장단위로 변경해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했다. 그 후 플랜트업체들은 지역보다 더 작은 현장별로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플랜트 현장은 수백 개가 넘는다. 중노위의 무책임한 현장별 교섭단위 분리결정으로 인해 실제 교섭을 담당하는 플랜트건설노조 지부는 1년 내내 각 현장별로 진행되는 교섭에 참석할 수밖에 없게 돼 일상적인 노조업무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중노위의 현장별 교섭단위 분리결정으로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노위 결정 때문에 플랜트건설노조와 플랜트업체들은 막대한 교섭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또한 교섭단위가 현장별로 쪼개지면서 지역 어용노조가 개입된 현장에서는 노노 또는 노사갈등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노사관계 안정화에 앞장서야 할 중노위가 도리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주범이 되고 있다.

건설현장은 민주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건설자본이 부당이득을 취해 불법 비자금을 만드는 비리의 복마전이었다. 왜 플랜트업체들이 노조 조직력이 취약한 수도권과 충청도 발전소 현장에서 현장별 교섭단위 분리결정 신청을 하는지 그 이유는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다. 중노위는 소규모 지역별·현장별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즉각 중단해 플랜트 현장 노사관계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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