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양우권 EG테크지회장의 죽음에 대한 사죄와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서울 논현동 EG그룹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노동자가 18일 금속노조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 자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정기훈 기자

“아버지는 평소에 별로 말씀이 없으셨어요. 저도 아버지도 무뚝뚝해서 평소에 전화 통화도 자주 못했어요. 노조활동 하느라 힘드시겠구나 막연히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CCTV까지 달아 놓고 사람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건가요? 그 사람들, 정말 사람 맞아요?”

고 양우권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EG테크분회장이 회사측의 노조 탈퇴 압박과 직장 내 고립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9일로 9일째에 접어들었다. 고인의 아들 양효성(28)씨는 아직도 아버지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친 아버지"

양씨는 상주복장 차림으로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EG그룹 사옥 앞을 찾았다.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싸우겠다고,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에게 반드시 사죄를 받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말씀이 거의 없는 아버지가 이 말은 자주 하셨어요. 정직하게 살라고. 그저 거짓말 하지 말고 살라는 얘긴 줄 알았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남들을 위해 살라는 얘기였네요.”

양씨는 아버지가 떠난 후에야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분노의 떨림이었다.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썼다는 ‘EG그룹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봤어요. 노조에 대해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하더군요. 최고 권력자의 동생은 그렇게 뻔뻔해도 되는 겁니까.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까지 받은 우리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그들이 말하는 법과 규정인가요?”

EG테크 "교섭하고 싶으면 투쟁 멈춰라?"

금속노조는 이날 EG그룹 분사 앞에서 포스코와 EG그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에 세상을 떠난 지 9일이 지나도록 원·하청 사용자들은 제대로 된 사과조차 표명하지 않았다.

고인이 일했던 EG테크는 최근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조합에서 당사의 사회적인 이미지 실추를 목적으로 수많은 조합원을 서울로 올려 보내 당사 경영진을 폄하하고, 부도덕한 기업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당사에 대한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진정한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유족·조합과 논의를 이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노조가 상경투쟁을 중단해야 교섭을 하겠다는 입장은 EG그룹 경영진의 결정이기 때문에 EG테크 대표이사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구두로 전달해 오기도 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EG그룹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다.

협력업체에 무노조 방침을 관철시켜 온 포스코측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장 중재로 마련된 대화 자리에서 “외주사 문제라서 (원청사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는 투쟁 수위를 높여 갈 방침이다. 다음달 3일 서울 포스코센터와 EG그룹 본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이달 21일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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