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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공장 파견직 이야기 ④ 기업들의 꼼수, 그 끝없는 욕망] 겁 없이 덤볐다간 쓰러지는 건 노동자뿐안산시흥 파견노동자 유준희씨
   
안산시흥
파견노동자
유준희씨

전국 제조업 파견노동자의 93%가 모여 있다는 안산시흥지역 산업단지. 한 청년노동자가 반월산단과 시화산단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며 밀리고 밀려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을 직접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은 불법이다. 기업들은 6개월짜리 단기 파견노동자를 쓰고 해고한 뒤 1~2주 간격으로 반복고용하면서 불법을 피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허점인 ‘일시·간헐적 업무’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투명망토처럼 불법이 사라져 버린다. 생존 의지와 맞바꾼, 꼬깃꼬깃 구겨서 쓰레기통으로 처박을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의 감정 얘기를 <매일노동뉴스>가 5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① 5천580원에 팔리는 파견 신파극
② 살아남으려면 가위바위보 이겨라
③ 인격 모독에 우는 또 다른 계급 파견
④ 기업들의 꼼수, 그 끝없는 욕망
⑤ 노동자들이 움직인다
 

   
 

한 청년이 있었다. 비록 40대 후반의 뚱뚱보 아저씨였으나 나는 그를 청년이라 부른다. 그 어떤 청년보다 순수하고(순진하지는 않다) 양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뚜벅뚜벅 황소걸음을 걷던 눈물 많은 청년.

대통령선거가 있던 해, 그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투표들 하시라며 출근시간을 늦춰 줬는데, 이를 핑계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란다. 결국 그는 안산의 한 노동자지원센터에 상담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전화 한 통이 그의 인생 제2막을 열게 된 시작점이라고 한다.

자신이 고용된 형태인 ‘파견’은 제조업 현장에서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몇몇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중간에 배신을 하고 관리자들에게 언질을 준 사람들에 이어 진정을 넣고 바로 다음날 관리자를 만나 취하한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결국 혼자 남은 그는 그렇게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파견업체에서는 그를 저 멀리 인천으로 발령을 냈다. 그러나 가볍게 무시해 줬다. 진정 절차를 차분히 밟아 가며,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병행했다. 코끝, 귀 끝, 손가락 끝 시리던 1월의 칼 추위. 솜바지 두툼하게 챙겨 입어 더 ‘둥글둥글’해진 그는 해맑은 표정으로 출근길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회사는 불법으로 고용한 파견직들을 직접고용하라”며. 회사에서는 현금 2천만원을 들고 나와 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집 앞에 매일 같이 찾아와 사정을 하기도 했다. 참 많이 울었단다. 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도, 사람들의 냉랭한 시선에 도망가고 싶기도 했단다.

하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켜 냈고, 결국 그 회사의 모든 파견직들이 직접고용됐다. 물론 그가 재입사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래도 그는 승리한 싸움이라 평가했다. 최소한 그 회사에 더 이상 파견직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2년 뒤인 2015년. 직접고용된 그들은 ‘계약만료’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 길고 고단했던 싸움은 너무도 깔끔하게 정리됐다. 2년 단위 계약직 전환. 결국 또 제자리다.

길고 고단했던 싸움, 결국 또 제자리

기업한다고 하는 사람들,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특성상 끊임없이 이윤을 내야 기업이 유지될 수 있다고들 하니, 이해해 주겠다. 하지만 적당히들 해야 하지 않을까. 윤리경영이라는 말도 못 들어 봤나. 기업들의 끝없는 욕망, 그로 인한 수많은 꼼수들. 내가 아는 것들만 떠들려 해도 짐 싸들고 합숙 들어가야 할 판이다. 그중에서 파견과 관련한 대표적인 꼼수를 이 자리에서 소개해 보겠다.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는 파견노동자 사용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수많은 기업들은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파견법 조항을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제조업 파견직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3만3천898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안정한 파견직의 특성상 파악되지 않는 노동자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우린 예상할 수 있다. 어떻게 수만명이 불법으로 고용돼 있는데, 이렇게도 사회는 평화로울 수가 있는 걸까.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100만명을 죽이면 영웅이라 했던가. 왜 이 사업주들은 잡아가지 않는 건가.

“4대 보험에 들 거면 우리 회사 오지 마세요.” 한 글자도 빠짐없이 들은 얘기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4대 보험 가입은 의무사항 아니던가. 뭔데 이렇게까지 당당할 수 있는 건지. 심지어 사용회사로부터 파견노동자에 대한 4대 보험료를 지급받고도 노동자들을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는 업체가 대부분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개중에 신경 좀 쓴다 싶은 회사는 모든 걸 서류로 남겨 놓으려 한다. 본인의 의지처럼, 동의를 구한 것처럼 하기 위해 말이다. ‘4대 보험 가입 연기 신청서’라고 들어는 보셨나. 근로계약서와 함께 작성해야 한다며 내민 이 종이 한 장.

보통 은행에 가면 직원들이 형광펜으로 그어 주지 않나. “여기, 여기 이름 쓰시고 사인하시면 됩니다.” 엄청나게 친절한 강요 말이다. 잘 보이지도 않는 글자 잔뜩 쓰인 두꺼운 종이 던져 주고, 무조건 사인하라고 쳐다보고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시키는 대로 척척 개인정보를 내어 준다. 이 신청서 또한 마찬가지다. 그냥 동그라미 그려 준 곳에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 쓰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이름을 써서 냈다. 그것이 내 노후와 건강의 안드로메다행 급행열차표인 것도 모르고 말이다.

연약한 자발성 뒤에 숨는 기업들의 탐욕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에 한 번씩 파견업체명 바꾸기 신공을 보여 주기도 한다. 몇 년을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관리자도 같은 사람인데, 업체명이 자꾸 바뀐다. 바뀔 때마다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도록 하는 곳도 있으나, 대부분은 출근카드에 회사 이름이 바뀌어 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업체들의 탈세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얼마나 남겨 먹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건, 원래도 주지 않는 퇴직금이지만 법의 힘을 빌려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해지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견꼼수 중 제일은 단연 요놈 되시겠다. "나는 정규직 전환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는 것이다. 파견법 제6조의2제2항 중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또 그대로 악용하는 것이다. 다들 법대를 나오셨는가. 구석구석 필요한 구절만 잘도 찾아낸다.

안산의 한 회사에서는 파견직들이 줄줄이 이 서류에 사인을 했다고 한다. 서명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의구심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생각을 해 보자. 당장 내일 잘릴지 다음주에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다. 기본적으로 관리자들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능구렁이 같은 관리자는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우리는 김양이랑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데, 여기 사인해 주지 않으면 우리가 6개월 이상 김양이랑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법이 뭔지. 도대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든다니까. 그렇지?”

이런 소름 돋는 협박 들어가 주시겠다. 그럼 누가 사인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백이면 백, 모두 사인을 할 것이다.

연이은 노동자들의 자살 소식이 가슴을 짓누른다. 도대체 기업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자본의 힘에 꺾여 버린 이들이 희망을 잃고 나가 떨어져, 또는 마지막 싸움의 수단이라 생각해 죽음을 선택한다.

자본에 비해 노동자는 너무도 연약하다. 겁 없이 덤벼 봤자 쓰러지는 건 노동자들뿐이라는 걸 웬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면하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아픔은 물론, 자기 자신의 아픔조차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더 힘들어지니까. 오늘도 공단의 밤은 새까만 어둠에 짓눌려 숨 막히게 흘러간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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