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한국에서 체류 중인 필리핀인 캐서린씨는 올해 3월 단속에 걸렸다. 그는 즉시 추방되지 않고 보증금 300만원을 내고 일시 보호해제가 됐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초등학교 5학년생 딸이 있기 때문이다. 딸은 영어나 타갈로그어보다 한국어를 잘한다. 한국 문화에 익숙하고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3개월 안에 출국해야만 한다.

한국 정부가 ‘이주아동 인권보장 기본법’을 제정해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주노동희망센터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심층면접을 통해 본 미등록 이주아동 실태연구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올해 2~4월 미등록 이주아동 29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센터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아동은 한국에서 출생등록을 하지 못해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1만~2만명 정도로 추산할 뿐이다. 혈통주의에 따르는 한국 국적법은 이주아동이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한쪽 부모가 한국 국적이 아니면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다.

이들은 출산과 의료, 주거환경이 열악했다.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동이 20명(69%)이었고, 4명(13.8%)은 미숙아였다. 세계 최고 제왕절개 수술률을 가진 중국이 23% 정도다. 임신 기간 심리적 불안과 아이 미래 불안정성 때문이란 분석이다.

부모들은 출산비용을 포함해 아이가 아팠을 때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방 한 칸에 부엌이 있는 주거환경에 처해 있었다.

센터는 “아동기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시기로 법과 제도를 통해 특별한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아동이 국적·인종·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 없이 법적인 보호와 제도적 보살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밝혔다.

센터가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다. 센터 관계자는 “이주아동 출생등록 권리와 강제퇴거 제한 근거, 부모와 함께 살 권리, 교육의 연속성 보장을 위해 특별 체류자격 보장 등의 내용을 기본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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