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와 공공부문발전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가 불발된 뒤 정부가 임금피크제 시행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밀어붙이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고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임직원이 임금인상을 자제하면 청년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다. 그러자 분석 근거가 부족하고 기업현장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 경영실적과 생산성 고려해야”

고용노동부는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을 근거로 고소득자 임금동결과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청년고용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3% 자제해 발생하는 재원으로 신규채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게는 15만1천명, 많게는 21만8천명에 이른다. 그는 전체 노동자 대비 1.1~1.6%, 청년노동자 대비 5.9~8.5%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한발 더 나아갔다. 민간기업 전 사업장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2016~2019년 동안 최소 8만8천명, 최대 13만3천명의 신규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기관의 경우 2016년에는 1만3천명, 2017년부터는 2만2천명의 신규채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들 전문가들이 분석한 대로 실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분석 방법이나 근거에 대한 이견도 이견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예컨대 고소득 상위 10%의 임금인상을 자제한다고 이것이 청년고용으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임금을 동결할 정도로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곳도 있고, 임금인상 여력이 있는 곳에서 임금을 동결했다손 치더라도 아낀 인건비를 청년고용에 쓴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강제할 수단도 없다. 사실상 해당 기업의 선의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임금동결 사례는 아니지만 2013년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현대자동차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애초 교대제 개편으로 노동시간이 줄면 신규인력 채용규모가 늘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현대차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시간당 생산대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노동력 투입 대비 생산량을 맞췄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재정 여력이 있어도 인력을 늘려야 할 이유가 없다면 기업이 굳이 신규고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동부가 내세우는 분석자료는 현실적인 변수를 반영하지 않고 최대효과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증되지 않은 임금피크제 고용효과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효과 분석도 마찬가지 이유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정부 권고나 지침을 받아들여 신규채용에 나설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임금피크제 실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2017년까지 2년 동안 8천명의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만 공공기관에서 1만3천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 이지만 교수의 분석보다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노동부는 지난해 기준 '임금결정 현황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이 그렇지 않은 사업장보다 고령자 고용안정성이 높고 신규채용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체 사업장 9천34곳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이 849곳에 불과한 상황에서 해당 조사 신뢰도는 높지 않다.

6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지만 교수의 발제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박희준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 얘기를 언급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조만간 임금피크제 실시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에 대해 논란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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