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서울 어디, 원래는 차 다니던 길에 사람이 들었다. 목소리 높였다. 차벽이 금세 높아 막다른 길이었다. 오도 가도 못했다. 아이가 쪼그려 앉아 길바닥에 글을 남겼다. 하늘나라 간 언니·오빠의 안녕을 바랐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적는데, 분필이 자꾸만 뚝뚝 부러졌다. 몽당분필 겨우 쥐고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풍선 달린 배 그림을 그 아래에 보탰다. 옆자리 사내아이는 결정적 오타를 남기고 말았지만, 가만히 지켜보던 엄마는 그럴 수 있다면서 아이를 격려했다. 곧 그 앞 높다란 차벽 너머에서 물대포 최루액이 힘껏 솟았다. 거리의 사람들은 몽땅 거칠거칠한 바닥에 나뒹굴었다. 매캐한 물이 거기 흥건했다. 쓰고 또 쓰고 몽당분필 되도록 길바닥에 새긴 불온한 추모글을 깨끗이 지웠다. 이럴 수는 없다면서 길 위의 사람들이 밤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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