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지난 24일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 폐지를 촉구하며 하루 총파업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전국 2천829개 사업장에서 26만9천44명의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파업을 시작으로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같은달 말께 한국노총과 노동자대회 공동개최를 추진할 방침이다. 노동계 대정부 투쟁의 서막이 올랐다.

"5월 말 양대 노총 공동 노동자대회 추진"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선 것은 2012년 이후 3년 만이다. 그만큼 노정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이 노정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이끈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 방안은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와 직결되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비롯해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와 단체협약 개악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노동계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진행된 노사정 협상이 결렬된 배경이다.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까지 공세적인 투쟁계획을 발표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 방안을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안’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을 준비해 왔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공부문 2단계 정상화 추진 방향도 노동계의 저항을 키웠다.

민주노총이 이날 전국 17개 지역에서 개최한 총파업 집회에는 금속노조·건설산업연맹·공공운수노조·전국공무원노조·전국교직원노조 등 주요 산별연맹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서울광장에서 열린 수도권지역 집중집회에는 1만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참석해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전 직원 성과급제 도입 방안에 반대하며 지난 23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의 우지영 사무국장은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도입하려는 성과급제는 과잉진료를 불러 환자들의 비용부담을 키우고, 병원 직원들을 돈 버는 기계로 전락시키려는 방안”이라며 “병원을 병원답게, 사람을 사람답게 지켜 가기 위해 파업투쟁에 나섰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부분이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에서 올라온 김영호 금속노조 SJM지회장은 “비용 절감을 앞세우며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어도 보상금 몇 푼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을 우리는 살인기업이라고 부른다”며 “지난해 4월 죄 없는 아이들이 바다에 잠겨 죽어 갈 때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외려 구조를 막은 박근혜 정부야말로 살인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 위력적인 2차 총파업 전개"

현행법상 파업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교사와 공무원들도 파업집회에 대거 참여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2006년 이후 9년 만에 연가투쟁에 나섰다.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를 주장하며 단식농성 중인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을 저지하고 공적연금을 강화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전교조는 제대로 된 교육, 더 나은 세상, 이윤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거침없이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노동계도 민주노총 총파업에 연대의 뜻을 전했다. 샤란 버로우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만드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고 국제 노동법 역시 노동자는 소모품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노동의 존엄은 기본권을 바탕에 둬야 하고,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단체교섭권이 보장될 때 사회적 대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여러분의 투쟁은 한국의 노동자를 넘어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이라며 “국제노총은 민주노총과 여러분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파업을 시작으로 대정부 투쟁의 고삐를 죄겠다는 방침이다. 5월1일 서울에서 진행되는 노동절 집회에는 10만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참석해 정부 실정을 규탄하고, 산하노조의 임금·단체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는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강도 높은 투쟁을 잇따라 배치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기에 맞춰 ‘최저임금 시급 1만원으로 인상’을 촉구하는 집중투쟁도 전개한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5월 말 양대 노총이 함께하는 노동자대회를 서울 한복판에서 열고, 6월에는 제조부문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동참하는 2차 총파업을 위력적으로 전개하겠다”며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권을 심판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대장정에 우리 모두 함께 진군하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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