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이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4·24 총파업의 첫 번째 요구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안 폐기다. 민주노총은 특히 일반적인 고용해지 기준과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시사하듯 이미 ‘미래 경영상 이유’를 내세운 기업의 집단적 해고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저성과자’라는 임의개념을 앞세운 개별해고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판단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부당해고로 규정하고 있다. 집단해고의 경우에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 같은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방안대로라면 사용자가 상시적인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를 걸러낸 뒤 교정기회만 부여하면 정당해고로 간주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사용자와 대척점에 있는 노조간부나 조합원이 해고 표적이 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구제받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지금껏 법적 근거 없이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기업의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을 정부가 나서 양성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막아야"

정부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근로조건 변화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춘 것으로 보고, 기업이 관련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동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나이를 기준으로 노동자 생산성이 낮아지는 시점에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한 유형이다. 정부는 “과도한 연공급 위주 임금체계를 직무·능력·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공급 체계를 완화하는 도구로 취업규칙을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부는 “근로조건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노동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얻지 않아도 유효하다”고 판시한 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고 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부정하고 노동자 집단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본 법원 판례가 훨씬 많은데도, 정부가 법조계조차 통설로 보지 않는 소수의견을 앞세워 사용자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23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부는 자본과 유착해 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악독한 자본의 대리인을 자처한 정부에 맞서 흔들림 없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최저임금 1만원으로"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노사 자율교섭의 산물인 단체협약까지 손을 대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일 상시고용인원 100인 이상 사업장 3천곳의 단체협약을 대상으로 행정조사에 돌입했다.

노동부는 해당 사업장 단협 중 △노조 조합원 가족에 대한 우선·특별채용 △노조의 인사·경영권 개입 △유일교섭단체 조항을 시정하거나 개선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사업장 노사에 7월 말까지 시정기회를 부여한 뒤 10월 말까지 시정명령을 내린다.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 노사는 사법처리하고, 정부 방침을 충실히 이행한 사업장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최근 언론간담회에서 “(단협상) 인사·경영권 제한 조항 때문에 기업의 활동영역이 위축되는 만큼 법 위반 사항은 시정명령으로, 법 위반이 아니면 행정지도로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일반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단협 시정명령 등은 모두 기존 노조 무력화라는 공통의 결과로 귀결된다”며 “4·24 총파업은 정부의 노동자 죽이기 정책에 맞서는 노동자 총력투쟁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에서 △공적연금 강화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을 통한 국민 노후 보장 △최저임금 시급 1만원으로 올려 저임금 노동자 기초생활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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