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청년노동단체와 패션디자인업계·정치권이 '열정페이'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패션업계 청년들의 저임금 문제와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려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청년유니온·아르바이트노조·패션노조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패션디자인업계 열정페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식 협의회를 구성하고 디자이너 사업체의 노동실태조사, 청년인턴·견습생의 권리보장 방안과 정책적 지원방안, 법·제도적 개선과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까지 포함한 사회적 대화로 꼬인 실타래를 풀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노사공동선언문을 통해 앞으로 정기회의와 토론회·입법공청회를 추진하고 패션디자인업계의 근로기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은 사업장에 배포해 노동교육 지침서로 활용할 계획이다.

노사는 올해 1월부터 열정페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전순옥 의원이 중재했다. 논의는 패션노조가 패션업계의 근로기준법 위반 관행을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유명 디자이너이자 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날 논란의 당사자인 이상봉 연합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홍은주 부회장이 "디자이너와 청년들이 서로 좋은 방법을 모색하고자 모인 만큼 열린 마음으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배트맨 D(활동명) 패션노조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패션업계의 수많은 청년들이 건전지처럼 소모돼 교체되고 있다"며 "패션업계는 청년노동을 착취하는 폐습을 없애야 한다는 청년들의 열망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전순옥 의원은 "수많은 청년들이 유입돼 그들이 제대로된 보상을 받고 일해야 패션업계도 살 수 있다"며 "청년 착취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지가 노사 모두에게 확인된 만큼 청년들에게 새로운 전망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년노동 인정하고 사회적 교섭해야"

노사, 가이드라인 합의 위한 정책공청회 개최




패션디자인업계의 '열정페이' 문제 해법으로는 사회적 교섭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23일 패션디자인업계 인턴·견습노동의 사회적 가이드라인 합의를 위한 정책공청회에서 "청년의 숙련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계적이고 장기적 대책을 수립하는 사회적 교섭의 장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공청회는 국회 한국패션산업그린포럼(공동대표 정세균·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청년유니온·아르바이트노조·패션노조·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노사공동선언문 채택 이후 열렸다.

정준영 국장은 "일차적으로는 노동법을 적용해 청년노동자 보호와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이번 패션업계 사회적 협의는 한 산업 수준에서 사회적 교섭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사 간 신뢰를 만들고 산업대표성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트맨 D 패션노조 대표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부당임금, 인격모독과 몸매 차별, 수당 미지급, 부당해고가 패션업계에 만연한 5대 악"이라며 "청년들이 요구하는 것은 돈 많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을 지켜 최소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켜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감독 강화와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홍은주 부회장은 "패션업계의 취업경쟁 속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성급하게 창업을 택하면서 대부분 영세해지고, 노동법 위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홍 부회장은 "디자이너 개인이 풀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10인 미만 소규모 패션사업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정책공청회에는 박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과 류하경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가 발제를 맡고 유형근 이화여대 연구교수와 심상보 건국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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