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전국교직원노조(위원장 변성호)가 24일 연가투쟁에 돌입한다. 당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다음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공적연금 강화 국민대회에 참여한다.

전교조 연가투쟁은 2006년 11월 교원평가제 반대 이후 9년 만이다. 변성호(55·사진) 위원장을 비롯한 전교조 16개 시·도지부장은 지난 9일 국회 앞에서 연가투쟁 찬반투표 가결 기자회견을 한 뒤 삭발식을 진행했다.

변 위원장은 곧바로 노숙·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낮 시간에는 국회 앞에서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 시위를 벌이고, 저녁이면 인근 천막농성장에 머무른다.

그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논의를 잇는 실무기구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에도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이 공무원·교사 단체의 요구를 묵살하고 전혀 다른 방향의 타협안을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7일 오후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단식 9일째인 변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실무기구 참여단체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공무원연금 개편을 제안해서는 안 된다"며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처음 손을 맞잡았던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 압박 거세지만 피하지 않겠다"

- 기자회견과 삭발투쟁에 이어 단식·노숙농성을 하는 이유는.

“24일 연가투쟁에 힘 있게 결합하자고 조합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다. 국회가 충분한 논의나 합의 없이 공무원연금 개편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농성이라도 해서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었다.”

- 전교조 연가투쟁은 9년 만의 일인데.

“전교조의 투쟁은 우리 권리만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공적연금 강화와 전교조 법외노조화 저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라는 3대 요구를 내걸고 있다. 4월은 우리의 제자와 동료를 떠나보낸 달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했건만 참사 이전 교육과 이후 교육, 이전 사회와 이후 사회는 그대로다. 동료와 제자 앞에 약속한 다짐을 지키려면 싸울 수밖에 없다. 정부와 보수언론이 돌팔매질을 해도 해야 할 일이다.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

- 정부가 연가투쟁을 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강도가 거셀 수도 있다.

“4월 민주노총 총파업과 연계된 투쟁이라 압박이 심하다. 교육부가 연가투쟁에 앞서 진행한 찬반투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징계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매우 이례적인 반응이다.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는 총투표는 노조의 일상활동이자 권리다. 그럼에도 이를 막으려고 했다. 전교조는 특별법에 의해 노동 3권 중 쟁의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래서 합법적인 연가를 사용해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전면적인 연가투쟁을 통해 우리 권리를 지키겠다.”

"대안은 노후보장 위한 공적연금 강화"

-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가 가동 중이다. 실무기구 활동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민대타협기구는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기구가 아니었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와 함께 만들어지면서 출발부터 공무원연금 개악을 전제로 했다. 그런 면에서 실무기구는 국민대타협기구보다 더 형식적이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실무기구에서 합의가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정치권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실무기구에서 뚜렷한 합의안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 공투본이 정부의 일방적인 공무원연금 개편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공투본이 실무기구에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실무기구에서 논의할 공투본의 공식적인 안은 없다. 공투본은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사회의제화하기 위해 뭉친 조직이다. 목표에 맞춰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최근 조직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편에 대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기는 하다. 정부·여당이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니까 방어하는 데 집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만약 우리가 대안을 내야 한다면 얼마를 더 내고 덜 받고가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어떻게 보장하고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공투본 초심 잃지 말아야"

-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국민대회가 실무기구 논의가 끝난 뒤인 25일 개최된다. 실무기구 논의 결과에 따라 국민대회 규모나 성격이 바뀌는 것인가.

“개별 단체가 (공무원연금 개편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을 수는 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실무기구 활동이 종료되면 논의가 국회로 넘어간다는 데 있다. 23일부터 특위 법안심사소위가 열린다. 전교조는 공적연금 강화에 동의하는 단체들과 함께 충분한 시간 동안 사회적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다.

25일 국민대회 이후 공투본 참가단체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면서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투본은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 전교조가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바람에 공투본 소속 다른 단체와 섞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말 많이 들었다.(웃음) 전교조는 원칙이 필요할 때 이를 지켜 나가는 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역사를 써 왔다. 정부가 해직자를 조합원에 포함시킨다는 이유로 법외노조화를 추진할 때 밖에서 일단 큰비를 피해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전체 조합원들의 결의를 모아 원칙적 투쟁을 벌였다. 전교조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이런 투쟁을 통해 형성됐다고 본다."

"사회 바꾸는 현장활동 계속할 것"

- 연가투쟁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4월 투쟁 한 번으로 사회나 교육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서지도 않을 것이다. 연가투쟁이 긴 싸움의 시작일 수 있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실천해 나갈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 생명과 인권의 가치, 더불어 함께 사는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끊임없이 투쟁한다면 사회가 바뀌지 않겠나.”

- 전교조에게 주어진 책무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아이를 위한 참교육 기치를 내걸고 수십 년을 달려왔다. 전교조는 학교 현장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채워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갖고 있다. 노동자이기에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 책무도 있다.

전교조는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고, 때로는 비판을 받아 가면서 사회적 책무에 복무할 것이다. 조합원들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지켜 나가는 것이 곧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는 정의와 진실을 찾아가고 아이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주어진 과제를 피하지 않는 전교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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