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민주노총이 24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대타협을 모색했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합의는 결국 결렬됐다. 노사정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온 한국노총은 16일 전국단위노조대표자대회 및 총력투쟁 출정식을 열어 투쟁을 결의한다. 5월1일에는 서울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및 생존권 사수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세계 노동절인 이날 민주노총도 전국 집중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96~97년 총파업 이후 오랜만에 양대 노총이 동시에 총자본에 맞짱을 뜨는 총파업 또는 총력투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총은 지난달 22일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이 예고한 총파업을 “목적상·절차상 명백한 불법파업”, “정치총파업”으로 규정하고 “불법 정치총파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정부에 엄정 대처를 촉구했다. 경총은 또 노사정 협상이 결렬된 뒤 “당분간 고용창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는 협박성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노동계에 대한 책임전가와 국민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둘러싸고 총노동과 총자본 사이에 날 선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이번 총파업은 불법파업이 아니다. 헌법에 위반되는 불법규정은 어겨서 깨뜨려야 한다.

그러면 정치총파업은 무엇이고 그것의 의의는 무엇인가. 19세기에 제1인터내셔널은 이런 문제를 둘러싸고 마르크스파와 바쿠닌파가 노선투쟁을 하다 결국 해산을 맞았다. 주류인 마르크스파는 정당에 의한 정권획득을 계급투쟁과 사회혁명의 주된 수단으로 설정했다.

반면 비주류인 바쿠닌파는 한판 총파업을 계급투쟁과 사회혁명의 주요 수단으로 설정했다. 노동운동은 투쟁노선 문제로 한동안 진통을 겪다가 20세기에 들어와서 총파업이라는 투쟁수단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되 바쿠닌을 따르는 무정부주의자들처럼 정치권력 장악을 기피하는 총파업이 아니라 정치권력 장악을 내다보는 총파업, 즉 정치총파업을 하는 쪽으로 수렴됐다.

그리하여 노동계급의 정치투쟁은 정당활동을 통한 길과 정치총파업을 통한 길이라는 두 통로로, 요샛말로 투 트랙으로 전개됐다. 지금 민주노총이 계획하고 추진하는 정치총파업은 노동운동의 정도에서 일탈한 그 무엇이 아니다. 노동계급 선배들이 개척한 계급투쟁의 정도를 잘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총이 예고한 총파업이 정치총파업이라는 자본의 규정을 반박할 필요가 없다. 이번 총파업은 개별자본을 대상으로 하는 투쟁이 아니라 총자본인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투쟁이고, 정부 정책에 대항해 전개되는 투쟁이다. 이런 제도·정책 투쟁은 노동계급 정치투쟁의 주요한 한 부분이다.

또한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국가를 우회하는 지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국가를 개조하거나 통제하려는 지향을 가지고 있다. 정권 퇴진을 주장하고 있고 민중권력 창출을 통한 국가 개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정치적이다. 이런 정치적 성격을 부인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런 민중권력 창출이 이뤄지려면 정치총파업과 더불어 정당이나 정치조직 또는 전선체 같이 대안정권이 될 조직을 통한 지속적인 정치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 노동운동은 큰 실패를 했지만 그 노력을 포기하거나 방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이번과 같은 정치총파업 과정을 통해 이미 실패한 정파들의 각개약진 식 정당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대중주체의 통일적 정치운동체를 꾸리는 문제를 대중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번 총파업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문 구조개혁에 반대해 조직됐다. 그러므로 그것이 중심적 요구가 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총파업이라면 총파업 요구가 그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권력의 자리에 있는 한 노동부문 구조개악 기도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권 퇴진 요구가 적극화돼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20년 전 쥐페 수상이 복지를 축소하는 구조개악을 기도하다 총파업에 밀려 포기하고 다음해 선거에서 정권에서 쫓겨난 전례가 있다. 이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한동안 노동개악 기도가 주춤했다. 본받을 사례다.

아울러 총파업의 요구가 더 넓고 더 선명하면 좋겠다.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부문 구조개악은 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악의 일환이다. 그러므로 개악의제들에 대한 반대도 함께 제기돼야 한다. 노동부문 구조개악도 단지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과 더 많은 비정규직”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본과 정권은 해고의 완전 자유화, 고용의 완전 비정규직화, 임금의 완전 성과급화를 분명한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선배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확보한 모든 노동권을 무(無)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번 총파업은 노동계급이 있는 힘을 다해 조직해야 하는 사활적 투쟁이다. 이러저런 이유로 투쟁을 기피하는 조직이나 개인은 어용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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