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 실패하자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단축·통상임금에 대한 법 개정과 일반해고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노사정 논의를 거쳐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을 위한 법 개정안도 9월 정기국회에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사정 협상이 실패하자 밀어붙이기에 나선 것이다.

휴일근로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추진, 특별연장근로 허용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노총이 협상재개 선결요건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노사 간에 근본적인 시각차가 있는 사안이라서 완전합의를 이루기까지 그 기일을 기약할 수 없다”며 “의견접근이 된 것은 입법이나 예산집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에 따르면 노동부는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토대로 개념정의와 제외금품에 대한 기준을 근로기준법에 담을 계획이다. 제외금품의 구체적인 예는 시행령에 규정한다.

근로시간의 경우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되, 법 개정 1년 뒤부터 기업규모별로 4단계에 걸쳐 시행할 방침이다. 주 52시간을 넘는 특별연장근로는 주문량 증가와 노사대표 서면합의, 1주 8시간 상한을 전제로 허용한다.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4년간 허용하고, 지속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기간연장 노사정 후속 협의 추진

노동부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허용 업무 확대, 쪼개기 계약 금지, 기간제 3개월 근무시 퇴직금 지급 등 비정규직 관련 제도개선은 노사정 협의체를 만들어 후속논의를 진행한다. 이를 거쳐 9월 정기국회 이전에 안을 마련한 뒤 입법을 추진한다.

노동부는 특히 노사정이 합의하지 못한 일반해고 기준·절차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변경절차 가이드라인을 전문가와 노사 의견을 수렴해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은 “현장에서 해고기준 등에 대해 질의를 하면 노동부는 답을 해야만 하는 집행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노총 요구처럼 철회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 밖에 노동부는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과 대상 확대, 지급수준 인상 등의 개선방안을 6월까지 마련한다. 출퇴근재해 산재 인정방안과 감정노동의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은 연말까지 준비하기로 했다.

노동계·재계는 의견접근 안 됐다는데…

노사정 협상이 결렬된 뒤 정부가 입법이나 가이드라인 작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노동부는 의견접근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입법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문제를 추후과제로 미룬 것 외에는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강훈중 대변인은 “당초 5대 수용불가 사안으로 제시한 의제는 합의된 게 거의 없다”며 “일괄 타결되지 않았는데도 의견접근을 핑계로 정부정책을 강행하면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부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가 의견접근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의제에 대해서는 재계도 부정하고 있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경영상 해고 요건과 절차를 강화하기로 한 부분에 대해 “의견접근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입법을 강행하더라도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노동부가 밝힌 통상임금·근로기준법 관련 근기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내용과 유사하다. 김영주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권성동 의원 법안이나 노동부가 제시한 각종 법안은 환노위에 상정될 수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한국노총은 이달 2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노동부가 각종 지침을 남발하지 않도록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노사정위는 이날 오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향후 특위 운영방향은 간사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특위 활동을 마무리한 뒤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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