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이 직원들의 노조 탈퇴를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지부장 정재범)는 5일 "간호부장을 비롯한 부산대병원 간호부 관리자들이 올해 1월부터 조합원들에게 보직을 빌미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간호부장 A씨와 조합원 B씨 간 통화내역을 담고 있다. A씨는 B씨의 부서이동과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약속한 걸 해야 하지 않겠냐"고 B씨를 압박했다. B씨는 "노조 말씀하시는 거냐"며 "노조 들었다고 일을 열심히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노조를 들고 안 들고가 왜 보직에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A씨는 "네가 추후에 관리자가 되면 (노조가) 네게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며 "너는 수간호사나 관리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느냐. 네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재범 지부장은 "관리자들이 이처럼 부서이동을 미끼 삼고 인사상 불이익을 언급할 뿐 아니라 3월부터는 연차가 오래된 평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주임간호사 제도를 도입해 노조를 탈퇴하고 주임간호사가 돼야 수간호사가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지부에 따르면 1월부터 최근까지 조합원 70~80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정 지부장은 "당장은 간호부 관리자가 주도했지만 그 배후에는 공공기관 정상화 지침을 이행하고자 노조를 약화시키려는 병원이 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지난달 하순께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진정을 제기했다. 부산노동청은 지금까지 두 차례 현장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6일 오전 부산대병원 정문 앞에서 노조 부산본부와 부산민주단체협의회 등 지역 노동·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추가 녹취록과 증언을 공개하고 병원측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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