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우리나라 산별노조운동이 기로에 섰다. 단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핵폭탄급 위협에 직면했다. 산별노조 하부조직인 지부·지회의 독자성을 인정할 것이냐를 둘러싼 노사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에서 진행된 ‘노조 조직형태변경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이 이달 16일 진행된다. 이에 앞서 <매일노동뉴스>와 금속노조가 긴급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3일 오후 서울 합정동 매일노동뉴스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번 사건의 표면적인 쟁점은 2010년 이뤄진 발레오만도지회의 조직형태변경 결의가 유효한지를 따지는 것이다.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2010년 당시 발레오만도 회사측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한 뒤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작동했는데, 화룡점정이 노조 조직형태변경 결의였다.

당시 회사는 지회를 약화시킬 목적으로 지회의 대항세력을 내세워 산별노조를 기업노조로 전환했다. 단체협약을 비롯한 지회의 기득권은 전부 기업노조로 넘어갔다. 지회는 사실상 빈털터리가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의 저변에 깔린 핵심 쟁점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에 불과한 발레오만도지회에게 조직형태변경 결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독자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1·2심 재판부는 “독자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 △발레오만도지회가 독자적인 규약이나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된 조직체로 활동하지 못하고 △산별노조의 위임 없이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하급심 판결을 파기할 경우 노동계에 미치는 파장은 무엇일까.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국내 산별노조운동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산별교섭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산별노조의 중앙집중성이 떨어지고, 중앙교섭에 불참하는 사업장도 여전히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제도 미비에 따른 어려움이지, 산별노조 존재 자체를 부정할 사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산별노조운동이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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