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획정 논의기구에서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올해 2월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과 관련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수도권 편중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형성됐다. 야당은 중앙선관위의 제안이 평등선거에 부합하는 방안이라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의석수 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중앙선관위, 지역구 의석 놓고 의견 충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1일 오전 국회 본관 제5회의장에서 2차 전체회의를 열고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제도 개선과 관련한 현안을 보고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1대 3까지 나는 것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하고 올해 말까지 이를 1대 2로 줄이라고 결정했다. 국회는 내년 4월 총선 6개월 전인 올해 9월까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선거구획정을 해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통해 독일 같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총 의석수를 배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현행 246대 54인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00대 100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특위 1차 전체회의는 사실상 상견례 자리였다. 여야 특위 위원들은 이날 2차 회의에서 중앙선관위 의견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의견을 밝혔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헌법재판소 결정대로라면 선거인수 하한 기준에 미달해 통폐합해야 하는 선거구가 24곳인데, 이 중 17~18개가 농촌지역”이라며 “농어촌의 인구수 감소를 고려할 때 7개의 지자체가 하나의 선거구로 묶일 수도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줄이려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구를 합쳐야 하고, 중앙선관위 의견이 비례대표 강화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도 “수도권에 온갖 사회적 인프라가 몰려 지역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로 상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세와 교통 등의 조건을 고려해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돼 있는데 헌법재판소 결정과 중앙선관위 의견에는 이러한 고려가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는 "헌법적 가치가 큰 평등선거를 보장하기 위해 지역균형 발전은 어느 정도 희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용희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은 선거구는 하나나 둘로 쪼개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람(표)은 쪼개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판결 취지를 감안해 선거제도를 개선한다면 농어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야당 "정치개혁 위해 의석수 증가 불가피"

중앙선관위는 향후 구성될 선거구획정위원회에 국회의원들이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양대 정당이 선거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획정하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논쟁으로 선거구획정이 끝나야 하는 9월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게리멘더링은 자기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변경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정치용어다.

김용희 사무총장은 “지난 국회에서 의석수 1개를 늘리는 데에도 국회에서 큰 혼란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선거구획정위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회 의견은 추천위원들을 통해 반영하고, 국회가 선거구획정위 결정을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중앙선관위 의견에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00대 100으로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총 의석수 조정을 주문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역구 46석을 줄이는 것을 전제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는 의미가 없다”며 “지방 의석수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로 비례대표를 부여해야 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의석수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의석 하나를 만드는 데 6만9천표가 필요했던 반면 민주노동당은 47만표를 얻어야 했다”며 “표의 등가성 원칙을 유지하고 국회가 비정규직 등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강화하고, 의석수는 최소 360석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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