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3월19일 종합일간지에 고용노동부의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케이블TV 드라마에서 ‘장그래’ 역할을 맡았던 임시완이 등장한 광고였다. “능력과 성과가 중시되는 사회, 우리 아들딸들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요”,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이 없는 사회, 우리 청년들이 더욱 일할 맛 나지 않을까요”라는 카피 아래 “모두가 차별 없이 가는 노사정 대타협! 내 아들과 딸의 취업이 열립니다”라고 광고하고 있다. 지금 노동부는 일간지만이 아니라 라디오 광고도 시작했다. 3월 말까지 노사정 대타협을 이루라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 온힘을 다해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노사정이 비정규직 대책에 합의하면 정말로 청년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차별과 남용이 사라질까. 답은 ‘아니오’다. 오히려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노사정 합의는 청년노동자들의 일자리 질을 더 나쁘게 만들고 미래의 희망을 없앤다.

정부 대책에는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고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서 분쟁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지만 실은 성과가 나쁜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하는 대책이다. 최근 청년노동자들을 울리는 ‘블랙기업’이라는 말을 들어 봤는가. 노동자들을 신규로 채용해서 죽도록 부려먹고는 ‘성과가 나지 않았다’면서 해고하는 기업도 있었다. 이처럼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고 다시 해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데, 일본에서는 이런 기업을 ‘블랙기업’이라고 부른다. 이 때 ‘성과’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판단한다. 즉 ‘성과를 빌미로 한 기업의 일방적 해고’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대책’은 청년취업자를 울리는 블랙기업을 양성화하는 정책이다.

그뿐 아니다. 정부대책을 보면 계약직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고 한다. 물론 35세 이상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모든 고용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기간제법을 통해 2년의 제한을 두고 계약직을 자유롭게 쓰도록 만들었다. 이번에 기간 제한을 연장하는 것은 차후 기간 제한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기간 제한이 없다는 것은 고용이 보장된다는 뜻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때에 자유롭게 쓰고 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러니 청년노동자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청년노동자들을 위해 노사정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부 장관까지 나와서 광고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정말로 청년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02개 공공기관 전체 신입사원 채용규모는 1만7천187명으로 지난해보다 2.9% 증가했다. 그런데 시간선택제 비율을 3%에서 5%로 늘리는 등 질 안 좋은 일자리를 더욱 늘리고 있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에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난 4년간 기간제가 23.5% 증가했고, 간접고용도 48%나 증가했다. 기간제와 간접고용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자치단체에서는 여전히 기간제를 줄이지 않는다. 청년노동자들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정부는 공공부문 신규채용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주는 사장님이 좋은 사장님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이다. 최저임금은 더 이상 낮아져서는 안 되는 최저선이므로, 노동자라면 누구나 최저임금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고, 열정페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등록금 부채와 생활고로 휘청이는 청년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위반과 열정페이는 독과 같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려는 생각보다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려는 눈가림이다.

청년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 그 고통을 활용해서 노동자들의 고통을 압박하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참 씁쓸하다. 장년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고 권리를 파괴하면 기업들이 알아서 청년노동자를 신규채용할 것이라는 정부의 전제도 우습지만, 청년노동자의 현재와 미래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청년을 위한 대책이라고 말하는 정부의 태도는 쉽게 용서되지 않는다. 청년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청년들을 만나서 요구를 들어야 한다. 열정페이와 블랙기업과 최저임금도 안 지키는 알바 일자리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단속하라.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을 대규모로 신규채용하고, 비정규직 확산을 당장 멈추기를 바란다. 청년노동자들의 삶을 걱정한다면 제대로 하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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