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독일 고용률은 노동시간 단축·조정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르트무트 자이페르트(Hartmut Seifert) 독일 한스-뵈클러(Hans-Bockler)재단 전 경제사회연구소장은 25일 “높은 독일 고용률은 하르츠 개혁이 아니라 노동시간단축과 조정 정책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 모범사례로 꼽은 독일 하르츠 개혁에 대해서는 “고용률 향상보다는 노동시장과 고용 불안정성을 가중시킨 효과를 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독일은 하르츠 개혁에 따라 여성고용률 향상을 위해 미니잡(Mini-Job) 같은 단시간 노동을 늘렸지만 여성 빈곤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자이페르트 전 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양대 노총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이 공동 주최한 노동포럼에 참가해 “한국 사회에서는 하르츠 개혁에 대해 편향되게 알려진 것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최근 독일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을 도입하는 등 하르츠법 시행 이후 사회 현안으로 불거진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재규제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2003년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하르츠법을 제정했다. 목표는 고용률 확대였다. 당시 독일은 실업률이 12%를 넘어 ‘유럽의 병자’라고 불렸다.

독일은 이를 위해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기존 32개월에서 18개월로 축소하고, 실업자의 구직(취업)의무를 강화했다. 대신 고용사무소와 잡센터(Job Center)를 확대·신설해 구직 지원을 강화했다.

또 파견노동의 2년 기간제한을 없애고, 월급이 최대 400유로(약 50만원)인 미니잡을 확대했다. 자이페르트 전 소장은 “정규직 일자리 한 개를 줄여 2~3개의 미니잡을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자이페르트 전 소장은 그럼에도 “하르츠법이 고용률 향상에 긍정적 효과를 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가 최근 하르츠법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조사를 시행했지만 ‘고용률 향상에 확실한 영향을 미쳤다’는 실증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 혹은 조정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정리해고 같은 집단해고를 줄이고 고용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시간단축·조정 정책은 하르츠법이 아니라 노사 합의 혹은 단체협약을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2009년 이후 독일의 고용률은 7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자이페르트 전 소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독일 경제는 전체 제조업 생산량 25%가 한 번에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노사합의로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줄이고, 정부가 임금 일부를 지원해 고용률 70%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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