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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직혁신 컨설턴트인 오리 브래프먼과 주다 폴락이 쓴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혼란을 기회로 바꿀까>를 읽었다. 영어 제목은 'The Chaos Imperative'로 '혼란은 꼭 필요하다'는 뜻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꽉 차고 빡빡한 조직에 일부로 혼란을 가한다. 그러면 조직에 여백과 틈새가 생기고, 거기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단아들이 스며든다. 한데 어울리게 된 다양한 사람들은 현장 경험과 지식을 통해 해답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직은 생기를 찾고 발전과 성장을 하게 된다.

경영대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저자들은 미군을 위한 조직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지만, 그 교훈은 군대나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서도 음미할 만하다. 목표와 방향은 다르지만 조직이라는 점에서는 같기 때문이다. 군대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도 "조직의 규모가 대폭 커지고 통제가 강화됨에 따라 복잡한 절차, 끝없는 회의, 상부의 지시라는 수렁"에 빠져 있다. 기업에서 목표량이 정해지면 종업원이 이견을 제기하기 어렵듯이, 노동조합운동도 목표가 정해지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다양한 토론은 거세되고, 다수결이나 합의라는 미명하에 단일한 의견만 남는다. 그러면서 혼란은 제거되고, 변화는 억제된다. 혼란은 “체계 상실, 짜임새 부족, 계획이나 목적이 없는 행동”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혼란에 대해 다르게 주장한다. 혼란은 효율을 높여 주며, 다양성을 촉진하며, 고정된 틀이 없기에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혼란은 조직이 지켜 온 기존 관행과 규칙을 깨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루 8시간 일했다면, 7시간만 일한다. 회의가 매주 있다면, 격주로 진행한다. “어느 정도 혼란을 조성하되 그 범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혼란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저자들은 ‘제한적 혼란’이라 부른다.

혼란은 “여백, 이단아, 계획된 우연”이라는 3대 요소를 갖는다. 여백은 조직에 틈새를 내고, 일과에 휴식을 준다. 지나치게 체계화된 일과는 창의성과 혁신을 억제한다. 예컨대 노련한 지도자는 조직을 치밀하게 관리하고 엄격하게 통제한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의 최적화와 체계화”는 뇌를 억압하며 그 핵심 기능을 파괴한다. 뇌는 “긴장이 풀렸을 때 특수한 연계망이 가동돼 혁신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체계가 너무 엄격하면 적응력·유연성·혁신이 싹트지 못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더 나은 교육과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휴식이 더 많을 때 아이들은 더 많이 배우고, 정서와 인지능력이 더 발달하며, 행동도 더 올바르고, 더 건강하고, 스트레스도 잘 극복하기” 때문이다. “어른의 두뇌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45~60분이고, 아이들은 이보다 짧다.” 사람은 50분마다 쉴 때 행동과 학습이 개선되는 데, 대다수 조직들은 회의를 시작하면 휴식 없이 두세 시간은 기본으로 내달린다.

휴식과 여백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색적인 인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여유는 사람을 친절하게 만든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여유롭게 일할 때, 각자의 창의력이 합쳐져 조직을 더 낫게 만들 혁신방안을 만들어 낸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해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사색적이면서도 친절한 공동체”야말로 혁신의 지향점이다. 여기서 지도자의 임무는 “관계를 형성하고, 연대를 증진시키며, 뜻밖의 발견이 이뤄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된다.

뜻밖의 발견, 즉 우연은 “아이디어가 흐르고 사람들이 섞일 때” 일어나는데, “고립된 칸막이 안에서는 우연이 일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들은 “조직을 극단적으로 분리시키고 사람들을 갈수록 고립시키는 칸막이를 걷어 내라”고 주문한다. 동료와의 거리를 훨씬 더 가까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난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따로 사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온종일 빈둥거리면서 세월을 보내는 게으름뱅이에게는 여백이 아무 소용없다. 그러나 쉴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잠시 허공을 쳐다보거나 하루를 쉬면서 생각하는 것이 유익하다.”

이 책이 한국의 노동운동가에게 주는 조언이다. “사색적이면서도 친절한 공동체”로서의 노동조합을 꿈꾼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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