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이틀 쉬면서 매일 13시간씩 일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고용노동부에서 체불임금 고소인 진술을 하다 출입국관리소에 인계되는 일이 발생했다. 시민단체들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체불임금에 우는 '노예노동' 이주노동자

22일 김해이주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중국인 노동자 왕아무개(35)씨는 2012년 3월 입국한 뒤 2014년 1월까지 1년10개월간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대형 중국음식점에서 일했다. 요리사인 왕씨는 음식점 안 숙소에 거주하며 한 달에 단 2일만 쉬고 매일 13시간씩 일했다. 그럼에도 취업 후 3개월간은 아예 월급을 받지 못했고 그 뒤로도 130만원 정도만 받았다.

최저임금 미달액과 퇴직금을 포함하면 체불임금 규모는 1천600만원에 달한다. 왕씨는 결국 음식점을 나왔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됐다. 그가 발급받은 E-7비자(전문직 취업비자)로는 같은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을 유지해야만 국내에 체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씨는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올해 1월 임금체불 진정·고소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달 12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에서 고소인 진술을 마치고 나오다 만난 사업주 일행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어 금정경찰서 서금지구대에 연행됐고, 부산출입국관리소로 곧바로 인계됐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왕씨에 대한 진술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출입국관리법 시행려 중 '통보의무의 면제' 조항을 이행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형사상 피해를 입은 경우 이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출입국관리소에 신병을 통보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정경찰서측은 "담당 경찰관들이 제도를 정확히 몰라 출입국관리소의 자문을 받아 인계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왕씨는 18일 부산출입국관리소의 일시 보호해제 조치로 일단 풀려난 상태다.

"E-7비자 채용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필요"

가톨릭노동상담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건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위한 관련법 정비 △E-7비자 관련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처럼 노동부 조사 과정에서 경찰 등 공무원들의 자의적 해석에 의한 신병 인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노동자들이 피해구제 제도를 기피하게 된다"며 "사업주 인권침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형진 김해이주민인권센터 대표는 "현재 지침 수준인 통보의무 면제제도를 강화하거나 양형규정을 포함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예노동·임금체불 문제를 야기하는 특정활동 비자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동부지청 관계자는 "임금체불 사건은 수사 중"이라며 "지금 입장을 표명할 게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동대책위가 요구한 특별근로감독에 대해서는 "별도 계획은 없고, 향후 감독을 하게 되면 이번 사건을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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