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고용’을 앞세워 노사정 대타협 여론을 조성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청년실업을 볼모로 노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9일자 주요 일간지 신문 하단에는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일자리가 해결됩니다”라는 제목의 고용노동부 광고가 일제히 게재됐다. 케이블방송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를 연기한 배우가 출연한 이 광고는 “능력과 성과가 중시되는 사회,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내 아들과 딸의 취업이 열린다”며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합의시한 앞두고 노사 압박

노동부는 최근 이기권 장관이 직접 내레이션을 맡은 영상물 광고를 각 부처·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전광판 등 정부협업매체와 KTX 열차 TV방송에도 내보내고 있다. 역시 청년·경력단절여성·베이비부머의 고용을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조만간 공중파에도 광고를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노사정 합의시한이 다가오자 정부가 청년고용 문제를 앞세워 노사정 합의를 여론몰이하는 모양새다.

노동부만이 아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19일 오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전국대학교총학생회장모임 등 5개 청년단체 대표들과 ‘청년실업과 노동시장 구조개선 정책과제’를 주제로 면담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18일에도 고려대에서 비슷한 주제로 강의했다. 노사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청년고용과 노동시장 구조개선 토론회’를 개최했고, 발제를 맡은 두 명의 전문가들은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임금체계·고용 경직성을 지목하면서 유연화를 강조했다.

‘임금·고용 경직성’ 연일 홍보

범정부 차원에서 전개되는 여론전의 핵심은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 유연성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저성과자 해고 등 고용을 유연화해야 청년들이 취업하기 쉽다는 논리다.

노동부는 이날 예정에 없던 두 건의 보도자료를 내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고용 안정성이 높고 신규채용을 많이 한다”며 “정부가 전문가들을 통해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1.1%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보인 것과 관련해 “노동시장 경직성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악화될 대로 악화된 청년고용 문제를 기존 노동자들에게 떠넘긴 셈이다.

“세대갈등 조장에 노사정 대화 찬물”

정부가 청년실업을 볼모로 세대갈등을 조장하고 노사정 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동부가 청년실업을 볼모로 노사정 대타협을 하라고 노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청년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에 대한 처방 없이 노동자들의 희생과 양보만 이끌어 내는 이벤트성 행사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강훈중 대변인은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주요 현안은 대부분 노동부에 의해 만들어진 기형적인 문제들”이라며 “노동부를 개혁해야 청년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