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FTA발효 3년 평가와 TPP 전망 토론회. 정기훈 기자

이달 15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은 이에 머물지 않고 메가FTA로 불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경우 쌀시장 전면개방과 자동차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TPP-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옛 한미FTA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한 ‘한미FTA 발효 3년 평가 및 TPP 전망 토론회’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쏟아졌다.

TPP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통합을 목표로 공산품·농산물 등 모든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고 노동규제·의료서비스 같은 비관세 장벽을 자유화하는 협정이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12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한국은 가입희망국으로 대기 중이다.

한미FTA 3년 무엇을 남겼나

한미FTA 발효 3년간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것이 저작권 단속과 국제중재회부권(ISD), 의료 민영화다. 남희섭 변리사(오픈넷 이사)는 “비친고죄 확대를 골자로 한 저작권법 개정에 따라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한 고소·고발이 2005년 1만4천838건에서 2013년 3만6천879건으로 증가했다”며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을 보면 한미FTA 의무사항이 아닌 생물의약품에도 허가-특허 연계가 적용되는 등 한미FTA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한 사건 변론기일이 올해 5월로 예정돼 있다. 론스타가 청구한 돈은 4조6천억원에 이른다. 이 역시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 ISD 사례다. 송기호 변호사(민변 국제통상위원회)는 “무차별적으로 ISD가 행사되고 있다”며 “경제위기에 민감한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ISD를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민영화 추진도 한미FTA 영향이라는 지적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과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규제완화, 원격의료 허용 등 지난해 추진된 의료 민영화는 모두 한미FTA 효과”라며 “한미FTA 협정문에 언급돼 있다”고 꼬집었다.

TPP ‘입장료’는 뭘까

한국이 TPP에 가입할 경우 한미FTA 3년간 불거진 부작용에 더해 새로운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제준 TPP-FTA 범대위 정책팀장은 “한국은 올해 7월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TPP에 가입한 뒤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TPP는 가입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입장료’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팀장은 자동차산업에서 피해규모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부품산업에서 일본에 현격한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은 물류비가 거의 들지 않아 일본자동차 가격이 대폭 내려갈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예컨대 현대차 쏘나타와 경쟁하는 도요타 캠리는 8% 관세 인하시 2천990만원대로 떨어진다. 소나타와 비슷한 가격이다. 그는 “TPP 참여로 한국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면 중소형 차에 강점이 있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은 “TPP 가입시 미국이 요구하는 품목에 쌀과 쇠고기가 반드시 포함될 것”이라며 “농산물 수입개방 조치로 농업과 농민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인데, 쌀과 쇠고기까지 빗장이 열리면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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