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플 텐데. 그래도 먼저 들어가 보시겠어요?”

3·8 세계여성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오전 <매일노동뉴스>가 찾은 서울 신당동 (주)레이테크코리아 포장부 생산현장은 지독한 본드냄새로 가득했다. 레이테크코리아는 어린이용 스티커와 사무용 견출지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지난해 여성탈의실에 CCTV를 설치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 회사를 ‘성평등 걸림돌’ 명단에 올렸다.

신당동 공장에서 일하는 40~50대 여성노동자들은 엄연한 정규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곤 최저임금 수준의 얇은 월급봉투뿐이다. 노동자들은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월급은 100만원을 조금 넘을 뿐”이라며 “회사가 자발적으로 급여를 올려 줄 리는 없고, 최저임금이라도 올라야 그 덕에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월백 인생’(월급 100만원 인생)은 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저임금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지난해 8월 대학을 졸업한 임인정(26·가명)씨는 8개월째 구직활동 중이다. 금융권 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장기불황으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어 이력서조차 몇 군데 내지 못했다. 스펙을 쌓느라 경쟁자들보다 나이도 많다. 임씨는 “청년실업의 한파는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이를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 직장인 염혜진(36·가명)씨는 첫 아이를 출산한 지 석달 만에 부랴부랴 회사에 복귀했다. 아이 걱정에 한때 사표제출을 고민했지만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4월 기준으로 염씨와 같은 경단녀(경력단절여성) 195만5천명 중 45.9%가 결혼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육아(29.2%)와 임신·출산(21.2%), 자녀교육(3.7%) 탓이다.

육아 부담에서 벗어난 40~50대 중년 여성들은 저임금 서비스업종으로 흡수되는 실정이다. 대형마트 계산원이나 청소용역, 간병인이나 학교급식실 조리종사원이 대표적이다. 생계형 하향 재취업이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비정규·저임금 구조가 고착돼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제107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7일 오후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각각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노동계 요구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10년째 100만원 받고는 못살겠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고 생활임금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노동조건 차별 없는 안정적인 여성일자리를 확대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조성하라”고 촉구했다.

구은회 기자
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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