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문가 1그룹이 보고한 검토의견을 보면 그동안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한 쟁점 중 상당수는 재계 또는 정부쪽 의견으로 기울어 있다.

“통상임금 범위, 사업장 노사합의 가능”

공익전문가들은 이날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서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잣대로 제시했다. 노동계는 통상임금 고정성 요건과 관련해 재직자에게만 주는 임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1개월 이내 기간에만 지급되는 임금을 정기성을 갖춘 임금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모두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어긋난다. 공익전문가들은 “경영계 주장은 임금구조 합리화라는 기본원칙에 맞지 않고, 노동계 요구는 근로자 간 임금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라며 양쪽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통상임금 범위를 정하는 방법이다. 공익전문가들은 사업장 노사합의나 근로기준법 시행령으로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정부와 재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노동계는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대에 그치고 기업별노조 중심이어서 무노조 사업장의 임금안정성이 대폭 후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가 연장근로 허용, 중복할증 방식 노사협의”

근로시간단축 이슈도 마찬가지다. 공익전문가들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고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되, 추가 연장근로시간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노사가 합의하거나 총량규제를 도입하는 경우를 전제로 했다. 또는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어드는 시점부터 5~10년간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와 재계의 주장이 대부분 수용된 안이다.

근로시간과 관련해 또 다른 쟁점은 휴일근로시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할증 여부다. 지난해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휴일근로수당을 없애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공익전문가들은 “원칙론적 접근보다는 현실 문제에 대한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근로시간에 비례해 할증률을 점차 늘리는 방식, 혹은 일정기간 동안 할증률을 차등화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공익전문가들은 현행 2주(취업규칙), 3개월(노사합의시)인 탄력적 근로 단위기간을 각각 1개월,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역시 정부·재계안과 비슷하다. 다만 탄력적 근로시간을 적용할 때는 근로시간 상한선이나 최소연속휴식 시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해 노동계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임금은 직무·성과·숙련 위주로”

공익전문가들은 정년 60세 시행에 따른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나름의 방안을 내놓았다. 노동계는 만 60세 이전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는 반면 경영계는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공익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 도입 연령을 명시하지 않고 다양한 임금피크제 방안을 개발해 선택의 폭을 넓히자는 입장이다. 예컨대 풀타임 근무를 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거나, 주 3일 근무로 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제안이다. 임금이 실질적으로 감축될 수 있도록 노동자를 전환배치하는 안도 주문했다.

임금체계는 노사자율로 직무·숙련·성과 위주로 개편하자고 했다. '노사자율'을 빼면 재계·정부안과 똑같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에 공정한 평가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삭감 논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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