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이 학업을 마치고 1년 만에 귀국했다. 이주호 단장은 국제노동기구(ILO)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ES)·독일노총(DGB)의 후원으로 독일 카셀대학(Kassel)·베를린 경제법학대학(HWR Berlin)에서 '노동정책과 세계화'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박근혜 정부는 독일 경제모델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의 바이블로 보는 경향도 나타난다. 과연 그럴까. <매일노동뉴스>가 이주호 단장의 독일 유학기를 연재한다. 이 단장은 연재를 관통하는 제목을 '노동존중 복지국가와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라고 썼다. 매주 목요일자에 11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통합서비스노조 본부 대회의실. 이런 회의 공간이 본부에만 10개 넘게 있다.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가 수시로 열린다.
▲ 통합서비스노조 본부 소회의실. 샤르티병원 노조 간부들의 회의 모습
▲ 통합서비스노조 3전문분과(보건사회복지) 보건 책임자인 프라이씨와 에르드마이어씨. ‘전망 2015’와 산별교섭 등 현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통합서비스노조는 ‘전망 2015’를 통해 "조합원 확대는 우리 모두의 미래"라는 기치로 노동조합의 비전을 현실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 확대가 조직의 목표 달성과 미래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더 많은 조합원, 더 큰 힘, 더 많은 가능성”이라는 구호가 그것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조합원수 증가와 조합비 수입 증가는 모두에게 이득임을 강조한다. 그래야 사업장에서, 그리고 정치적 수준에서 조합원의 이해를 관철하는 데 더 큰 힘과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노동조합 활동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가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목표를 관철해 더 많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망 2015’의 목표와 방향은 중앙위원회가 결의한 두 가지 실천영역을 분석해 도출됐다. 실천영역 1에서는 친조합원·친사업장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실천영역 2에서는 내부 서비스와 행정업무 조직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실천영역 1에서는 성공적인 조합원 확대사업을 위해 ‘4대 활동원칙과 11개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사례연구 결과에 기초해 조합원 확대·성장 경로가 명백하게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통합서비스노조는 성공적인 조합원 확대사업을 위해 현장 친화적인 활동으로 조합원들이 모든 결정에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4대 활동원칙에는 성공적인 조합원 확대를 위한 기본자세가 기술돼 있다. 노조활동은 철저하게 현장 조합원의 요구와 사업장 중점과제를 지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행자 정책'으로부터 전면적으로 전환해 조합원들이 성공적으로 자주적인 행동을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자조(自助)를 위한 도움, 그리고 조합원들이 체계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세부 내용은 △조합원과 현장 지향 △공통성 속에서의 차별화 △독자적 활동을 위한 능력 △우선순위 지향이다.

11개 핵심과제에는 성장하는 조직의 핵심적 활동 분야를 담고 있다. 11개 과제는 세 가지 과제영역에 따라 분류된다. 첫째는 ‘지도와 조직’ 영역으로 △인사관리와 협력 △지휘와 사업계획 △작업조직이다. 이것은 친조합원·친사업장 활동 전문화와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둘째는 ‘집단적 사업장 활동 및 단체협약 활동’ 영역으로 △사업장 및 부문 관련 중점설정 △개척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구조 활성화와 정착 △조합원 지향적 협약 논의 및 사업장 논의 △신규간부 양성이다.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 실현을 위한 집단적 실천력을 구축하고 강화하며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노조 신임자·활동가집단·사업장평의회·직원 대표·청년 및 직업훈련생 대표·장애인 대표 등과 함께하는 활동을 중심에 놓고 있다.

셋째는 ‘개별적 조합원 활동’ 영역으로 △대조합원 서비스·자문·이익 대변 △조합원 접촉과 조합원 결합 강화 △재가입운동이다. 개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영역이다. 현장 조합원들과 목적의식적이고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양질의 상담과 서비스(노조의 법률적 보호 포함)를 제공하며 매력적인 참여기회를 제공해 조합원들을 긴밀하게 노조 조직에 결합시키는 방식이다.

실천영역 2는 통합서비스노조 활동가들이 친조합원 활동과 친사업장 활동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갖고, 내부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합서비스노조는 부족한 인적·물적 재원 보충과 내부 서비스 및 행정업무 개선이 조직을 전체적으로 성장 코스로 진입시키는 데 본질적으로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두 개의 실천영역에서 6개의 주제를 도출해 핵심팀과 실행그룹이 이를 실천한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전망 2015’의 성패를 보다 많은 활동가들의 참여 여부에 있다고 보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노력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팀과 그룹·위원회를 촘촘히 구성했다.

핵심팀과 실행그룹은 2012년 12월 상반기에 구성됐고, 이들은 2013년 1월부터 프로젝트 지도부의 초청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결과가 제출되면 곧바로 프로젝트위원회와 규약위원회에서 자문을 시작한다. 신속하게 실행에 착수할 수 있도록 다음해에 더 많은 실행 결의를 계획한다. 2013년 11월 초에 모든 주제에 대한 활동이 완료됐다. 그해 12월 중앙위원회에서 마지막 실행안이 결정됐다.

‘전망 2015’ 프로젝트의 진전과 중간상황에 관한 정보는 뉴스레터와 노조 인쇄물, 온라인 매체를 통해 계속 제공됐다. 조직 전체 사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노조 내부 인트라넷과 조합원 네트워크에서 개별 주제들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고, 가능한 한 많은 위원회의 회의들과 업무회의들에서 토론의 대상이 되도록 추진됐다.

노조 조직률이 40%에서 18%로 떨어지고, 조합원이 100만명 이상 축소된 것에 위기감을 느껴 모든 활동의 초점을 조합원 확대사업에 두고 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독일 노조의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노조활동의 의제와 영역들이 사회적·정치적으로 확장되면서 노조 간부들이 외부 일을 처리하러 나가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쉽사리 성과가 나지 않는 현장 조직사업, 즉 전통적으로 조합원을 만나고 조직하고 교육하는 사업보다 상층 중심의 교섭과 외부 회의, 집회 참가, 전임자 중심 활동이 점점 고착화하고 있다.

게다가 외부에서 대형 노동이슈가 계속 발생하다 보니 연대투쟁에도 적잖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노조 회의자료에 쌓여 가는 안건과 투쟁과제에 반비례해 조합원 참여와 간부 활동력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가 때마다 지적되는 ‘현장강화·조직강화’ 는 일회성·구호성 슬로건에 그치고 만다. 따라서 통합서비스노조 슬로건처럼 "조합원 확대는 우리 모두의 미래"라는 기치 아래 전 조직적 캠페인으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그리고 전체 간부와 조합원이 함께 참여하는 조합원 확대·전략조직화 사업, 노조 내부 인적·물적자원 재구성 작업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 전략조직화 사업이 비정규·미조직 사업에 집중되는 것은 정규직 중심의 노조 구조와 한국 노동시장 현실에 비춰 볼 때 지극히 당연한 방향이지만, 기존에 조직돼 있는 노조 중에서도 조합원 조직률이 낮은 곳에서는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해 조직을 확대·강화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조합비만 내고 노조활동에 무관심하고 참여도가 떨어지는 사업장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왜 조합원들이 무관심한지 어떻게 조합원의 자주적 참여가 가능한지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창조적인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1천500만 산토끼도 중요하지만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집토끼 150만명도 중요하다. 재조직되면 일당백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것은 노동운동 내부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 한 신문사가 주창했던 ‘노조 조직률 50%’ 캠페인에 주목한다.

"노조 조직률 50%, 경제민주화와 사회민주화, 노동존중 복지국가의 출발입니다."

이런 식의 보다 진화한 노조 조직확대 캠페인이 2016~2017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노동운동 안팎에서 불붙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단지 노동자만의 조직이 아니라 사회공공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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