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들은 늙어 갔다. 저임금·시간제 일자리 확산에 청년들은 일자리 찾기를 주저했다. 노인빈곤율이 50%를 향해 가는 상황에서 구직시장에 몰려든 사람은 중장년들이었다.

이들은 청년들이 주저하는 사이 생존을 위해 나쁜 일자리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든 고용률 70%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전 쏟아 낸 각종 노동공약을 이행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상시·지속적 업무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24일 박 대통령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상황인데도 공약이행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금융위기 이후 취업자 최대 증가? … 빛 좋은 개살구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올린다”는 이른바 ‘늘지오’를 노동공약의 핵심 키워드로 앞세웠다.

이 중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은 정부가 2013년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으로 구체화됐다. 정부는 ‘남성 가장의 장시간 근로’를 고용창출 저해요소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이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공약한 것을 감안하면 전제 자체는 괜찮았다. 일자리 질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온전한 일자리를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쪼개 여성과 청년 고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희한한 결론을 끄집어 냈다. 노동계는 “나쁜 일자리 확산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자리가 늘었고 취업자가 많아졌다. 다만 정부가 정책설계 대상으로 삼은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취업자가 증가했을 따름이다.

통계청의 ‘2014년 연간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013년 대비 53만3천명 증가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전체 고용률(15~64세)은 65.3%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을 통한 고용률 견인이 수치상으로는 효과를 본 것이다.

그런데 이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러한 수치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점이 드러난다. 정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한 2013년 6월 기준으로 장년(55~64세) 고용률은 64.6%에서 지난해 65.6%로 상승했다. 연령대로 보면 50대 취업자가 전년 대비 23만9천명, 60대 이상이 20만명 늘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여성(15~64세) 고용률은 55.4%에서 54.9%로 줄었다. 청년(15~29세) 고용률 역시 41.9%에서 40.7%로 감소했다. 정부가 여성과 청년 고용률을 지렛대로 삼아 전체 고용률을 끌어올리겠다고 호언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저질 일자리' 확산에 늘어나는 청년실업

증가한 취업자 대다수가 장년층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노후 생계불안과 나쁜 일자리가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13-2014년 정부지원 시간선택제 일자리 분석결과’에 따르면 취업자 81.5%의 근속기간이 비정규직 사용기간인 2년에도 못 미쳤다. 10명 중 4명(39.5%)이 월 100만원 미만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쁜 일자리 확산은 적정임금을 받고 오래 일하고 싶은 청년들의 소극적인 구직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3년 6월 당시 7.9%였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9.0%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약속한 스펙초월 청년채용 아카데미와 케이무브와 같은 해외취업지원 사업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한 셈이다.

정부 청년채용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은 매년 정원의 3%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청년들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는 기관은 절반(55.1%, 2013년)에 불과하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말했던 반듯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실재하지 않으면서, 청년들이 비정규직의 늪에 걸어 들어가기보다는 취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주 15시간 미만이라도 근로기준법과 4대 보험을 적용하는 등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입법활동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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