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들이 노조를 비방하는 내용의 서신을 조합원들의 집에 발송하고,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의 홀어머니를 찾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희망연대노조는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조합원들과 가족들이 지난 15일 각 협력업체들로부터 "노조의 요구가 과도해 수용할 수 없으니 복귀하라"는 서신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각 센터장 명의로 발송됐다. 협력업체들은 서신에서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임금인상·재원마련과 직원 처우개선에 직접 연관성이 없는 각종 기금을 요구해 수용할 수 없다"며 "일부에서는 노조가 파업이 끝나면 1인당 얼마씩 주겠다며 파업을 독려해 유지시키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인천계양센터는 최근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 장연의씨의 홀어머니를 찾아가 농성을 중단하게끔 설득해 달라고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걱정하실까 봐 고공농성 사실도 숨겼는데 센터 사장이 찾아가 어머니가 많이 놀라셨다"며 "센터와 맺은 도급계약이 이달로 끝나는데도 '내려오면 월급을 올려 주겠다'는 거짓말로 회유하고, 나이 든 어머니를 찾아가 걱정을 끼치는 건 너무하다"고 반발했다.

박재범 노조 정책국장은 "명절을 앞두고 더욱 마음을 졸이는 가족들에게 서신을 보내고 농성중단을 설득하라고 조용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너무한 일"이라며 "노조가 요구한 임금·다단계 하도급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박 국장은 "지난해 씨앤앰 사례와 달리 원청은 사회적 책임조차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중재역할도 하지 않고 오히려 노조의 사회공헌·복리후생기금을 조사하겠다고 밝히며 노조의 핵심 요구를 흐리고 있다"며 "간접고용 사용에 대한 대기업의 담합과 이를 비호하는 정부가 문제를 꼬이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와 협력업체 교섭대리인 한국경총은 지난 주말에서 교섭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설 연휴에도 경총과 교섭을 계속하는 한편 고공농성자 2명과 단식농성자 4명, 수도권지역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노숙농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매일 결의대회와 문화제를 열고, 설날인 19일에는 농성장에서 합동차례와 민속놀이 한마당 행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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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인터뷰] 단식농성 중인 임창호·김지수·길수복·송진관씨

"우리가 쓰러져야 교섭장에 나올 건가요?"





두 명의 비정규 노동자가 고공농성 중인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광고전광판 아래에서 네 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굶고 있다. 임창호(37·LG유플러스 영남부지부장)·김지수(35·LG유플러스 경기광주하남지회)·길수복(45·SK브로드밴드 경남양산지회)·송진관(39·SK브로드밴드 서울노원지회)씨는 사람 네댓 명이 겨우 앉을 만한 작은 비닐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16일로 일주일째다.

이들은 "배고파요, 답답해요"라며 장난스레 말하면서도 "왕복 5시간씩 걸려 농성장에 출퇴근하며 힘들게 싸우는 조합원들에 비하면 우리는 편하다"고 말했다.

단식의 계기는 고공농성이었다. 임창호씨는 "단 둘이 저 위에서 얼마나 외롭겠냐"고 반문한 뒤 "고공농성장 아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싸움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내 선택에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영남지역은 모든 업체가 다단계 하도급을 써요. 소속은 센터인데 급여 지급은 소사장이 하고, 그러면서 4대 보험과 퇴직금을 없애요. 별별 명목으로 급여 차감을 하는데, 나머지라도 제대로 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급여명세서를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 걸 바꾸는 싸움을 선택한 겁니다. 선택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죠."

추위 속에서 기약 없는 노숙농성에 단식까지 하기란 쉽지 않다. 송진관(39)씨는 지난 15일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쓰러져 인근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병원은 심각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송씨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14년간 LG· KT·SK브로드밴드에서 일했는데, 늘 똑같은 문제를 겪었어요. 당장 임금 좀 더 받고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구조를 바꿔야지요. 끝까지 싸워 볼 생각입니다."

이들은 설 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한다. 설 연휴 동안 농성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김지수씨는 "0순위는 교섭 타결이고, 그 다음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식이 길어지는 것보다 더 힘든 게 교섭이 안 되는 거에요. 도대체 얼마나 투쟁해야 원청이 나올까요. 우리가 쓰러져야 하나, 그런 생각에 답답하죠. 그런 만큼 사람들이 와 주고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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