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료원 노사분규가 해를 넘겨서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원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가압류까지 신청하고 노조는 무기한 농성으로 맞서고 있다.

27일 보건의료노조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속초의료원은 최근 춘천지법 속초지원에 함준식 속초의료원지부장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초과했다며 4년간 초과분에 대한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의료원은 2천700여만원 규모의 통장가압류도 신청했다. 속초의료원은 지난해 12월 파업으로 금전적 손실과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노조와 지부에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속초의료원 사태는 지난해부터 악화일로다. 조합원들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같은해 7월 파업에 돌입하자 속초의료원은 직장폐쇄와 조합원에 대한 전환배치를 감행했다. 두 달 뒤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이사회를 열어 무기계약직 확대와 보건수당 등 각종 수당 폐지를 담은 병원 정관·규정을 개정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가 "전환배치는 부당하다"고 판정하고 원상회복을 명령했지만 의료원은 일부만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이날로 19일째 강원도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벌이며 박승우 원장 퇴진과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지방의료원을 관할하는 강원도는 손을 놓고 있다. 강원도청 의료원경영개선팀 관계자는 "노사문제는 강원도가 나설 문제가 아니며 원장에게 일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초의료원의 단협 해지 통보와 병원 정관·규약개정은 강원도가 지난해 9월 도내 5개 의료원에 보낸 '강원도의료원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합리한 제도개선' 공문에 따른 것이다.

김영수 강원본부 조직국장은 "도내 5개 의료원의 규정과 단협이 거의 동일해 속초의료원 사례가 다른 의료원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강원도가 지금까지 사태 해결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강원도가 속초의료원 경영개선대책을 밀어붙이면서 박승우 원장의 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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